매일신문

의처.의부증 백태

환자들의 망상(妄想) 형태와 이상(異常) 행동을 전문의들로부터 들어봤다.

전문직 종사자인 40대 초반 남자는 자신의 아내가 자녀의 담임교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학부모 대표를 맡고 있어 담임선생님을 자주 만나게 될뿐이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남편은 잠자리에 들기전 아내의 속옷은 물론 은밀한 곳까지 살피며 의심을 키웠다고 한다.

남편은 아내의 전화를 도청하기 시작했고, 끝내 교사를 찾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남편은 이후 1년간의 치료를 받았고 현재는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40대 중반의 한 남자는 의처증이 있는 아내에게 시달려 잠을 못이루고 불안감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았다.

아내에게 병원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아내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으며 거부했다는 것.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남편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여자였기 때문. 아내는 정신과 의사와의 불륜을 의심하며 의사를 찾아가 행패까지 부렸다고 한다.

의부증이 있는 30대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와 아내의 부정을 의심했다.

이 남자는 방문에 꽂아둔 바늘이 아침에 떨어져 있으면 아내를 다그쳤고 시장을 보는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만 더 걸려도 아내를 못살게 굴었다는 것이다.

칠순을 넘긴 의처증 할아버지도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부인과 질환 때문에 산부인과에 다니는데도 성병 때문에 병원에 간다고 생각, 수시로 속옷을 조사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환자들이 망상을 갖게된데는 그럴만한 계기가 있다.

한 50대 남자에겐 혼전 성관계로 숨겨둔 자식이 있었다.

아내는 결혼 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이 소지품을 분실했는데 그 물건을 찾았다는 여자 직원의 전화가 집으로 걸려오자 잠재된 의심이 폭발했다.

여 직원과 남편의 불륜을 상상했다.

남편은 그 직원을 내보내고 다른 여 직원을 고용했으나 아내의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요즘에는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애인의 부정과 변심을 의심하는 '의애인증' 환자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50대 유부남은 2년여 동안 사귀어 온 미혼 여성이 있는데 '그녀'가 변심했다며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다.

애인이 직장 남자 동료와 대학 친구 등과 퇴근 후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자기에게 소홀히 하고 잠자리까지 거부하더라는 것.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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