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남을 배려하는 사회

얼마 전 미국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시는 L 교수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다.

70년대에 한국을 떠난 이후 가끔 고국에 들를 때 느낀 점을 얘기해 주셨다.

하루는 그 교수님이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어떤 여자가 자꾸 등을 밀더란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아무 일도 아닌 듯이 태연히 옆 창구 직원 앞으로 다가가는 걸 보고 황당했다는 얘기를 하셨다.

또 한번은 택시를 타려고 정거장에서 기다리는데 자기 차례가 되어 택시를 타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새치기를 하여 타고 가버리더라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우리나라가 이제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서 2만불 시대를 얘기하고 있고, 그렇게도 많은 국제행사와 예전보다 훨씬 좋은 집에 살고 훨씬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사람들 사이의 매너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라며 안타까워 하셨다.

식당에서 마구 떠드는 아이들, 아이들의 기를 꺾지 않으려고 그냥 내버려두는 부모들, 지하철 노약자 석에 태연히 앉아 있는 젊은이들, 버스 정류장에 손님을 내리지 않고 엉거주춤 주행차선에 정차하여 다른 차의 진행을 가로막는 버스기사님들,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동료들 생각은 않고 떠드는 학생들, 기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 혹시 이속에 나의 모습은 없는가? 필자는 몇 년 전 시드니에서 6개월 동안 교환교수로 지낼 기회가 있었다.

지하철이나 쇼핑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모두 한쪽으로 비켜서서 급한 사람은 빨리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계 3대 미항중의 하나라고 하는 시드니의 그 아름다운 해변이 어디를 가나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휴가철이면 고성방가와 음주가무로 시끄러운 우리나라 휴양지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다.

매너 있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나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이제 우리 직장에서, 강의실에서, 극장에서, 식당에서 남을 배려하는 매너 있는 사람이 되어 봄이 어떨까? 매너 있는 사회는 우선 매일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황하진(대구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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