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군포로 내팽개친 주중대사관

민주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정부는 부당한 생존권.자유권 침해를 소 닭 쳐다보듯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국가의 공적 책임을 운위하기에 앞서 심장이 없는 듯한 냉혈성을 보이기까지 한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이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전용일 씨의 입국 요구를 엉터리로 처리해 또 한 번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그가 향토의 영천 신녕 출신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더 크다.

전씨는 1951년 육군에 입대해 53년 7월 강원 제암산 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으나 당국에 의해 전사처리됐다.

올 9월 탈북해 몇 차례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입국 조치가 불발되자 부인과 함께 위조여권으로 비행기를 타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국군포로임이 확인되면 외교 노력을 통해 입국시키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왜 벌어지는가. 중국대사관이 전씨가 국군포로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일반 탈북자도 아니고 50 평생을 북한에서 보낸 국군병사, 어엿한 대한민국의 국민을 이렇게 예우할 수는 없다.

중국대사관이 탈북자 문제 등 복잡한 외교관계로 고초를 겪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럴수록 우리 공관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국가의 기본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을 포함해서 우리를 실망시킨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에는 한국인 마약사범이 사형집행을 받아도 '통보 받은 바 없다'는 엉터리 해명으로 국제망신을 사기도 했다.

탈북자에게 업무시간이 아니니 다음에 오라며 인적사항조차 파악지 않고 되돌려 보낸 일도 있었다.

이런 무사안일이 거듭되는 것은 대사관직원들의 업무태세뿐 아니라 기본적 인성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외교통상부는 임시방편적 진상조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재외공관이 인간화된 기관으로 거듭날 수있도록 필요한 수술조치를 단행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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