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행정수도 이전 국민적 합의 필요하다

작년 대통령선거과정에서 정치.정략적 차원에서 제기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이제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함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마련되어 국회상임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는 현재 수도권에 극심하게 집중되어 있는 인구와 산업 그리고 정치권력적 기능을 분산시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집중된 기능분산에 대한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동안 여러 정권들도 수도권에 집중된 기능분산에 대한 의지표명과 함께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강도 높게 추진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기능집중 현상은 IMF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내걸고 있는 수도권 기능분산은 대구.경북민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이 희망하고 지지하는 정책임에는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필자도 국토의 균형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수도권 기능분산을 위한 정책 연구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이 과연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을 분산시켜 국토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필자는 매우 부정적이다.

수도 이전은 외생적으로 한 지역의 기능을 떼어 내서 다른 지역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의 성격을 갖고 있다.

충청권으로 수도가 이전된다고 하여 영남, 호남, 강원, 제주 지역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불씨처럼 남아있는 성장잠재력에 의지하여 지역의 혁신과 발전을 꾀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 미치는 역기능적 효과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 입법단계에서 만이라도 당리당략적 차원을 떠나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논의와 판단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면서 몇 가지 쟁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국토의 균형발전보다는 수도권의 외연적 확산을 가져오는 새로운 지역불균형발전을 촉발시킬 것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신수도의 입지 두 곳 모두가 고속전철로 30분 전후의 통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신행정수도연구단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수도 이전이 완료되는 2030년에 가면 서울땅값은 2.4%, 집값은 1.6%정도 떨어지고 수도권 인구는 51만 여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수도 이전에 따른 인구와 산업의 유출규모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통근시간 30분은 신수도에 근무하게 되는 공무원들이 서울의 주거지를 옮기기 보다는 서울이 제공하는 매력 때문에 출퇴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둘째,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서울에서 충청권에 이르는 지역의 통합과 연담화(聯擔化)를 초래하여 현재의 수도권보다 더욱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의 분산을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 보다는 확대된 수도권이 충청권이남 지역 특히 대구.경북의 성장잠재력을 고사시키고, 흡입해버리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야기 시킬 것이다.

셋째, 충청권으로 수도 이전은 고속철도의 개통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경제 구조의 와해와 함께 인재의 유출을 가져와 지역대학의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인구와 산업기능이 그나마 현상유지되고 있는 것은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력과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온 지역대학의 기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이미 천안지역까지 남하해온 수도권대학으로의 인재유출현상을 대전권까지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에도 학생자원의 고갈과 함께 우수학생들의 역외유출로 인해 위기에 처한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은 심각한 공동화 현상에 직면할 것이다.

이상에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점만 보더라도 정부가 추진 중인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신수도 입지결정은 수도권의 기능분산이라는 정책목표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폭넓은 국민의견 수렴과 합의과정을 거쳐 결정하여야 할 중대사이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고 해서 국민적 합의를 얻었다고 오도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서는 안 된다.

신수도의 입지결정이야말로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할 과제이다.

그리고 수도 이전은 궁극적으로 민족의 염원이자 시대적 사명인 남북통일을 애써 외면한채 추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통일시대를 내다보는 백년대계의 안목을 갖고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우동기 영남대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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