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쌀에 대한 애정 가져야

우리 전통 속담 중에는 '쌀독에서 인심 난다', '쌀은 쏟고 주울 수 있어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거지도 부지런하면 더운 밥을 얻어먹는다' 등 쌀을 비유한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농사 월령에 관계되는 세시풍속이 많은데, 주로 쌀로 술을 빚거나 떡을 하는 등 쌀과 관련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설날, 정월 대보름, 삼월 삼짇날, 오월 단오, 유월 유두, 칠월 칠석, 팔월 한가위, 동지 등의 명절에는 계절에 따라 음식이 다르며, 그 재료의 대부분이 쌀이었다.

우리 식생활의 근간이 쌀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쌀 중심의 우리 식문화는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변천해 왔다.

일제 강점기의 식량(쌀) 절대 부족의 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시엔 겨우 생명 유지를 위한 수준에 급급했고, 이후 강력한 쌀 증산 정책과 더불어 혼.분식을 장려하여 미국 잉여 농산물인 밀의 수입이 급증했다.

당시엔 학교에서 매일 점심시간때 선생님이 학생들 도시락의 혼,분식 여부를 점검했다.

지금 학생들은 이해할 수나 있을까?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의 등장으로 쌀 생산량이 급증했고, 1970년대 중반 드디어 쌀을 자급하게 되었다.

이후 고도 경제성장으로 식품의 기능화, 다양화, 인스턴트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외식산업이 번창했다.

소득 증대에 따른 육류섭취 증가와 농업기술 발전으로 사철 과채류의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쌀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들어 급격한 서구식 식습관은 쌀 소비를 계속 감소시켰고, 앞으로 더욱 둔화시킬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은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하여 각종 성인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쌀을 중심으로 한 저칼로리, 균형식으로 적정한 영양의 밸런스 유지에 신경써야 할 때다.

예부터 채식을 주로 해온 우리의 치아나 소화기관 등의 신체생리적 환경, 즉 우리 몸은 쌀밥에 잘 맞도록 적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먹을거리와 관련된 생활은 식습관이라는 문화적 양식과 깊이 관련이 되어 있으며, 식습관은 고유 문화 속에 전승되면서 새로운 요구와 혼합되어가는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식문화는 사회의 발전과 시대에 따라 변천하여, 식품의 새로운 기능성, 편의성 뿐만 아니라, 동.서양 식문화가 융합하는 퓨전시대가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로 쌀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왜 농업에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하고 집착하는가? 이는 농업이란 인간이 자연의 힘을 빌려 생태계를 유지하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이루어지는 경제적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쌀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곧 생명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쌀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가지자.

하헌 대구산업정보대 교수.조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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