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이인수 대구시국악협회장

이인수(57) 대구시국악협회장을 보면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가 대구시 국악협회장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름만 얹어 놓으면 된다길래 (주변사람들에 의해) 떠밀려서 올초에 회장을 맡았는데 막상 되고 보니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경이 쓰이고 처리해야 할 일도 얼마나 많은지…".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28세 때 어느 절에서 한양대 국악과 편입을 알리는 신문 광고 조각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

기초 없이 늦게 시작한 국악(대금) 공부로 고생이 엄청났지만, 대금은 그에게 지난 30년간 평화를 주는 동반자가 됐다.

서울시립국악단원과 대구시립국악단 초대 악장을 거친 그는 18년 전부터 대구교육대학교 교수(음악교육 심화과정)로 몸담고 있다

대구교대에서 가장 넓으며 책.걸상이 아예 없는 교실에서 열리는 그의 수업은 긴장과 이완이 극을 달리는 예측 불허의 시간이다.

강의실은 학생들로 가득차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는 "나 만큼 F학점을 많이 주는 선생도 없을 것"이라는 말과 달리 그는 몇 년 전 한 방송사가 대구교대 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교수로 꼽혔다.

여느 교수들의 연구실과 달리 대명동 대구교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는 책이 별로 없다.

대신 오디오 시스템과 음반, 홈시어터 시스템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한 달 안에 펴 보지 않을 책은 평생 볼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얼마 전 책을 창고로 치워버렸다는 것이다.

서가에 남은 책들도 기독교, 불교, 명상, 철학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국악보다 제3세계 음악을 많이 듣는다.

인터뷰하러 간 기자에게 그는 '소리여행'이라는 제목을 단 카세트 테이프를 건넸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여러 CD에서 발췌해 녹음한 것이라는데 케냐 음악이 나오는가 싶더니 남아메리카 음악이 이어지고 아랍권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예측불허의 선곡이라는 점에서 그와 닮았다.

천주교 신자이지만 그는 성당 가는 시간보다 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신부보다 스님을 더 많이 알고 지낸다.

한때 대금주자 163명을 한 무대에 올려 연주회를 갖는 등 왕성한 음악활동을 벌였지만, 요즘엔 그를 포함해 대구지역 국악인 8명으로 구성된 율선국악회와 함께 하는 음악회를 제외하고는 청중 앞에 서는 음악회는 거의 않고 있다.

"율선국악회는 영산회상 음악을 주로 연주합니다.

영산회상은 무념.무아의 세계를 표현한 불교적 음악인데 이 곡을 연주하다 보면 평화와 고요, 영혼의 깊은 울림을 느낍니다".

국악의 지향점에 대해 그는 밥줄을 위해 하는 국악, 한국인이기 때문에 하는 국악은 더 이상 안되며 한국인만이 만들고 연주할 수 있고 국제음악시장에 팔 수 있는 세계적 보편성을 갖는 국악 어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이와 관련해 초등학교 음악과정 중 45%가 국악이라는 점을 그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했다.

음악 수업의 절반 가량을 우리 고유 음악으로 배운 지금의 초등학생이 자라나 기성세대가 되는 10, 20년 후에는 국악의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다른 시.도에 비해 대구시가 국악에 대한 관심이 미약한 것 같다"며 "국악의 보급과 대중화를 위해 시립국악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요즘에 그는 정은하 영남민요보존회장이 곡을 쓴 대구아리랑 CD 제작.보급을 돕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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