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만추에 피는 꽃 속에는

바람집이 있습니다.

만추의 어느 날 꽃에 귀 대보면

툇마루에 앉은 바람계집이

톡 분첩 닫는 소리 들릴 겁니다.

후우 불면 날아갈 국화꽃에도

매화 향긋한 꽃술에도

태양 붉은 혀 간지러운

노란 은행잎에도

바람집은 깃들어,

김숙자 '바람집'

교정의 은행나무 아래 차를 세운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나와 보니 흰색의 차 위에 온통 노란 은행잎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은행잎을 쓸지도 않고 조심조심 거리로 나섰던 적이 있다.

이 시는 멈추면 죽어버리는 바람, 그러면서도 그 죽음 속에 살아있는, 언젠가는 거센 폭풍으로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바람을 조심조심 적고 있다.

가을의 바람 조금만 일렁여도 떨어지는 은행잎을 아쉬워하며….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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