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인 서울 여의도공원은 지난 18일 제법 쌀쌀했다.
하지만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이른바 지방분권 3대 법안의 연내 국회통과를 위한 국민대회에 참석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2천여명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들 법안을 '지방살리기법'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그리고 이들 법의 국회 통과를 확신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들과 생각이 다소 다르다.
특히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에는 긍정적이나 신행정수도건설법에는 반대하는 것이 대세다.
이유는 다양하다.
정부가 제출한 신행정수도건설법은 선언적 내용만 있지 알맹이가 없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충청권 총선용이란 것. 또 통일을 생각하면 서울 남쪽으로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이회창 후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패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그토록 비판했던 행정수도 이전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감성적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정부와 충청권에는 불행하지만 노(No)일 게다.
수도권은 대선 때부터 플래카드를 내걸어 반대했다.
강원도는 충청도로 행정수도가 옮겨가면 더 멀어지고, 제주도는 서울이나 충청이나 매일반이다.
부산은 서울-부산 양극개발론을 고수해 행정수도를 옮기면 당연히 부산으로 옮겨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고, 대구와 광주 전주는 수도권 확산론으로 경계한다.
이런 바탕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반대할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현상이 의아한 모양이다.
특히 지방이 반대하고 영남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완고한 것에 대해 충격까지 받는 모습이다.
스스로 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과 이전 이후 비전을 국민 앞에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결과다.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한국이 바뀔지도 모른다.
50만 안팎의 도시를 건설한다고 중앙집권 수도권집중의 한국에 무슨 가시적 변화가 있으랴싶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국회만 이전해도 의원 300명과 보좌진 1천800명, 기자 500명, 당직자 600명 등 대략 5천명이 옮겨야 한다.
청와대 대법원과 정부부처가 옮겨가면 공무원과 법관 등 수만명이 충청도 어디로 가야 한다.
수만명이란 숫자야 별로지만 이들은 한국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수만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서울의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철 바뀌는 산하와 논밭을 보고 정서를 순화해가며 의사 결정을 한다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들이 피폐한 지방에 발을 딛고 지방을 먼저 생각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한국이 아니라 세상이 뒤집어지지나 않을까.
로컬리스트에게는 행정수도 건설 이후 오피니언 리더들의 사고 변화를 상상해보는 것이 즐거운 일일 게다.
최재왕(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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