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1907-1954)는 20세기 멕시코 미술계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여류 화가다.
내장을 드러내고, 자궁에서 아기를 꺼내는 등 작품마다 고통스런 내면을 그리고 있다.
어떤 이는 그녀의 작품을 피의 분출이라고 표현했다.
자화상을 비롯해 인물화도 차갑고, 무표정의 천경자씨 톤이다.
프리다(21일 개봉 예정)는 그녀의 전기영화다.
전차사고에서부터 식인귀 디에고와의 결혼, 망가지는 몸과 영혼, 그러면서도 그녀의 예술혼을 그리고 있다.
1925년 9월 17일 오후. 작은 체구에 짙은 눈썹을 한 소녀가 타고 가던 버스가 전철과 충돌한다.
교복을 입은 소녀 프리다(샐마 헤이엑)의 몸은 산산이 부서진다.
손잡이 쇠파이프는 옆 가슴을 뚫고 골반을 지나 허벅지로 관통한다.
요추, 쇄골, 늑골, 골반이 모두 부서지고, 오른쪽 다리도 12군데나 골절된다.
얼굴만 내놓은 석고 틀 속에 갇힌 그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머리맡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다.
유명한 화가 디에고 리베라(알프레드 몰리나)를 찾아가 그림 실력을 인정받은 프리다는 디에고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여성 편력이 심한 호색한 디에고로 인해 그녀의 영혼은 고통의 연속. 결국 바람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를 맞고, 프리다의 육체도 서서히 쇠잔해간다.
프리다를 놓고 디에고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멕시코의 벽화운동가. 식인귀라는 별명은 의대 해부학수업에서 인육을 먹어 기인하지만, 실제로는 지독한 여성편력에서 나온 것이다.
프리다는 어쩌면 둘의 전기 같은 영화다.
통상 주인공에게만 근접촬영되던 다른 전기와 달리 프리다는 디에고에도 많은 시선을 할애한다.
그래서 프리다의 불꽃이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걸까. 기구한 한 여성의 이야기로 주저앉아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감독의 심미안에서 나온 비주얼한 풍성함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여성감독 줄리 테이머는 움직이는 그림에 콜라쥬, 데킬라 맛 같은 멕시코 음악 등을 사용해 딱딱하기 십상인 전기영화를 볼거리 가득한 영화로 만들어냈다.
의상과 소품, 벽, 그리고 당대의 고민이었던 공산주의 등 인디오적인 원시성이 물씬 느껴진다.
한 여인의 고통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에 샐마 헤이엑의 소녀적인 외모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프리다의 삶이 주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거기에 기인하는 것 같다.
120분.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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