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미술부에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명언이 있었다.
그것은 미술 없는 세상은 암흑 세계다였다.
당시 미술선생님께서는 게으른 미술부원들을 훈육할 때 곧잘 쓰시곤 했는데, 아둔한 필자는 이제야 깊고 높은 그 뜻을 알 듯하다.
며칠 전 일선학교 예능교사들이 학교 밖으로 몰려나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절감방안의 하나로 좬예술, 체육교과 평가방식 전환정책좭을 발표한데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모양이다.
집회 이면에는 예능교과 평가권 박탈은 예능교사의 계약직화 음모라며 수용불가를 주장하는 전국예능교사측과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의한 교과 구조조정으로 사교육비 절감을 이루겠다는 교육부와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맞서있다.
교사들은 예능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하려는 발상이 가뜩이나 척박한 기초문화를 깡그리 말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성토한다.
예체능만 내신성적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사교육비가 줄 것이라는 치졸한 생각은 문제의 핵심을 언저리에서만 찾고 본질을 덮어두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실,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예체능 과목이 고액과외의 주범으로 몰리게된 현실을 지켜보는 문화지킴이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 든다.
그야말로 문화의 근간이 뒤흔들리는 암흑시대로 빠진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위대한 과학자, 추앙하는 예술가들은 철저한 기초학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만큼 기초는 태양에너지와 같은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예능교육은 몸과 마음에 기쁨을 주지만, 멀리하면 인간의 정신과 정서의 황폐를 낳게 한다.
예능에 대한 무지가 자라나는 청소년을 감각과 지각의 장애자로 만든다는 진리를 알았으면 좋겠다.
예술을 홀대하는 책상물림들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얘기는 물론, 솔거의 신기(神技)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남학호 〈화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