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기념일과 이벤트

이벤트의 기쁨은 언제나 새롭고 신선하다.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여기저기서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강변이나 한적한 공원에서 폭죽을 터뜨린다.

그러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신데렐라가 된다.

그래서일까. 우리 주변에 신데렐라가 참 많다.

얼마 전 빼빼로데이만 해도 대형마트에서 빼빼로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 하니 과연 그 날의 주인공은 또 얼마나 요란스럽게 신데렐라로 등극했을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실 일상에서 기념이벤트는 빼빼로데이, 발렌타인데이와 같은 기념일 외에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일, 초등학교 입학일, 처음 만난 날, 결혼기념일, 돌잔치, 환갑, 칠순 등 기념이벤트가 늘 열리고 있다.

심지어 돌아가신 날을 추모하기 위한 제사 또한 일종의 기념문화로 각 가정에서 제례행사를 치른다.

결국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끓임 없는 기념일에 부딪히게 되고, 그를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일상이 기념일이고 기념일이 일상인 셈이다.

일생을 평범함에 묻혀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 지루한 일이다.

그래서 기념일에 이벤트로 삶의 여유와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며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다.

삶의 힘겨움 속에 간간이 맛볼 수 있는 산뜻한 이벤트야말로 삶의 재충전이다.

그러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이벤트는 오히려 삶의 회의와 비애를 느끼게 한다.

이벤트를 극대화한 TV의 일부 프로그램이나 일부 카드사의 고객유치 차원에서의 이벤트 상품, 그리고 이를 능가하는 청소년들의 이벤트 문화는 정말 현실성이 없는 일상이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기념일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삶에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한달만 지나면 크리스마스다.

부담스럽지 않고 마음과 정성이 담긴 소박한 기념 이벤트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박모라 상주대 교수.식품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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