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담장 허물기' 예산 깎여 중단될 판

도심 녹화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고교 교과서에 실리고 국내 다른 자치단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려는 대구시의 '담장 허물기'사업이 시의 예산 부족으로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학교 등 면적이 넓은 공공 기관들의 담장 허물기가 시비 지원을 받지 못해 무산되는가 하면 주택 등의 담장 허물기 지원 예산도 대폭 삭감돼 사업 지속 여부 조차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이른 것.

지난 1996년 대구 서구청, 경북대 치대병원의 담장을 허물고 이 자리에 녹지를 갖춘 가로공원을 조성하면서 시작된 '담장 허물기 사업'은 도심 녹화의 획기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후 시는 시비 지원을 통해 이 사업을 확대시켜 지난해 말까지 병원과 행정기관, 학교, 종교시설, 주택 등 241곳의 담장을 허물고 총 길이 11.8km, 6만8천여평의 녹지 공간이 새롭게 조성됐다.

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앞다퉈 벤치마킹을 해 갔으며 고교 교과서에 우수 조경 사례로 실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 대구의 담장 허물기는 '잊혀져 가는 사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43억원에 이르렀던 담장 허물기 등 녹화사업 관련 예산이 올해 10억여원으로 삭감됐고, 내년에는 이마저도 확보하기 힘들 전망이기 때문.

특히 면적이 넓어 녹지효과가 큰 공공기관의 경우 지난해 적십자 혈액원, 대구 가정법원, 동일초.중학교 등 4곳의 담장을 허물었지만 올해는 단 한곳도 사업을 시행하지 못했다. 올해 담장을 허물고 '벽천 분수'를 조성키로 계획했됐던 경북여고와 사대부고, 경북대학(북편 담장) 등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된 것.

1가구당 300만원의 공사비를 지원하는 주택도 지난해는 1억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65가구의 담장을 허물었지만 올해는 6천여만원의 예산으로 51가구만 지원됐을 뿐이다.

시 녹지과 관계자는 "그간 담장 허물기 사업은 땅값이 비싼 도심에 녹지공간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며 "그러나 부채 축소와 긴축재정 방침때문에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미뤄져 재원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계명대 김수봉 조경학과 교수는 "담장 허물기 사업이 예산 부족 때문에 중단 위기에 처한 것은 시의 정책이 10년, 20년후를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굳이 예산지원이 아니더라도 지방세 감면 등 다른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홍보를 강화해 담장 허물기 사업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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