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학 수능시험 언어영역 복수 정답을 인정하기로 주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재채점에 따른 혼란과 성적 통지 등 대학 입시 일정의 차질은 물론 수능의 공신력에 큰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의를 빚은 언어영역 짝수형 17번 문제의 복수 정답을 인정할 경우 사회탐구 영역 등 오답 및 복수 정답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도 뻔한 일이다.
어떻게 출제위원들을 선정해 어떻게 출제했기에 이 모양인지,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래 복수 정답 시비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평가원이 복수 정답을 인정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그 이전의 학력고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복수 정답 인정과 재채점은 그 유례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재채점은 교육 당국의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수능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의 목소리가 잇따를 소지마저 없지 않아 보인다.
수험생들이 모호한 문제 출제에 분노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나 이번 논란은 그보다 근본적인 관리 체제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일깨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언어영역 출제 누설 의혹, 학원 강사의 출제위원 기용, 대학교수가 출제위원장을 역임한 경력까지 밝히며 수능 비법 참고서를 냈다는 것, 외국어의 일부 문제가 시중 문제집과 거의 유사했다는 것 등은 분명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평가원은 논란을 부른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대해서도 어물쩍 넘어가려 하다가 뒤늦게 선회한 경우지만, 일찍부터 실수를 감추고 덮어버리려 한 불성실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제자들이 최선을 다하려 해도 실수가 생길 수는 있지만, 이의가 제기됐을 때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했어야 옳았다.
차제에 수능 관리 체제에 대한 혁신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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