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분양 "춥다 추워"

대구지역관련 주택안정 대책이 집중된 10월2일 이후부터 대구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수요자 위주로 철저히 재편되고 있다.

지난달 2일 대구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 20일 수성구.중구.서구 투기지역지정, 11월18일 달서구.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달성군 추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이어 최근 달서구가 주택투기지역 후보에 오른 뒤 분양권 투기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아파트마다 청약률과 계약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젠 수요자들이 입지적 여건과 가격 등을 따져 내집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같은 장세가 지난달부터 확연해지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마다 수요자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불패 신화를 이어왔던 수성구지역에서 조차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돌변한 상태다.

◆분양시장 희비교차

주택안정 대책이 쏟아진데다 국세청의 분양권 전매관련 세무조사 착수 등으로 인해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지만 대단지와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격이라면 분양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홀로 아파트나 평당가가 높은 신규 아파트 분양은 난산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구지역에서 지난달부터 청약접수에 나선 아파트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50% 내외의 초기 계약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분양률 제고를 위해 주택업체들마다 단지의 우수성과 아파트의 품질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는 상태다.

토공 및 골조공사를 위해 모델하우스를 뜯어야 하는 일부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경우는 미분양 물건을 상당량 남겨두고도 추가 계약물량은 전무하여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을 정도다.

수요자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의 집을 싸게 사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꼼꼼히 살피고 가격을 비교하는 등 관망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단지마다 계약 부진

초기계약률에서 울상을 짓는 곳은 입지여건이나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싼 주상복합이다

SK건설이 대구지역 첫 작품인 중구 남산동 주상복합의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계약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아 대구 진출의 발판 마련이 어렵지 않느냐는 평을 받고 있다.

동구 신천동 '현대 하이페리온'도 계약률 높이기에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도는 아파트 물량은 '수성구 불패' 신화마저 위기로 몰고 있다.

최근 수성구에 신규 분양이 쏟아지면서 물량 홍수로 인해 단지마다 미계약분이 쌓여 있어 수요자들은 입맛대로 집을 고를 수 있게 됐다.

효성이 대구지역 첫 작품으로 내놓은 매호동 '백년가약' 아파트는 일반 순위자들을 대상으로 계약을 받고 있지만 인근의 타 아파트보다 비싸서 수요자들은 '바라만 보고' 있는 상태다.

수성구 만촌동 '한화 꿈에그린'도 분양률로 고전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수성구에서 분양한 첫 작품이 인기실종 상태에 이르자 황금동에 분양할 예정인 주상복합도 100가구 미만의 소규모여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 묘안을 찾고 있다.

한일건설이 24~26일 청약받는 매호동 '유앤아이' 아파트도 최근 오픈된 모델하우스를 찾는 수요자들이 의외로 적자 계약률이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분양한 경산 서부택지의 '유앤아이'는 계약금 10%에 중도금전액무이자 파격적인 융자조건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하고 있다.

월드건설은 경산 백천지구의 '월드메르디앙' 계약을 21일 끝냈으나 예상만큼 결과가 좋지는 않았으며, 북구 서변동 '월드메르디앙'의 경우는 청약을 앞두고 대구시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바람에 청약률이 크게 낮아 25~27일 이뤄지는 계약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달 17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청약접수에 나선 화성산업의 매호.사월.지산.만촌.범어(1, 2) 등 6개 단지의 경우도 '매호 화성파크드림'과 '사월 화성파크드림'는 괜찮은 분양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범어동 현재 '어전초밥' 식당 부지에 건설하는 '범어 화성파크드림'의 경우 교통여건이 좋은데다 가격이 싸 계약률 높이기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지여건과 적정가격이 성공의 열쇠

코오롱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북구 침산동 옛 제일모직 터의 '코오롱하늘채' 아파트는 초기계약률이 50%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대단지로서 백화점과 할인점, 영화관, 오페라하우스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프리미엄으로 인해 실수요자 위주로 계약자들이 갈수록 찾아들고 있어 이달 말까지는 70%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부산의 건설업체인 삼정이 중구 남산동에 분양한 주상복합은 한달만에 96%라는 계약률을 달성했고 이달 초 우방이 분양한 수성구 만촌동 '우방 만촌팔레스'의 경우도 인접지의 '한화 꿈에그린'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격으로 인해 실수요자들 위주로 청약 1순위 마감과 초기계약률 90%이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또 태왕이 11월중 분양한 수성구 '태왕리더스 파동'도 높은 분양률을 나타내고 있어 아파트 전문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분양대행사인 (주)리코 최동욱 사장은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좋은 입지여건에 적정 분양가격이라면 만족할만한 수준의 분양률을 기록할 수 있는 장세"라고 말했다.

◆아파트 성공분양 이어질까?

분양시장이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얼어붙자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은 덜덜 떨고 있다.

낮은 분양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21일 선착순 청약접수에 들어간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 수성(오피스텔 포함 1천15가구)'의 경우 대단지에다 유명 브랜드라는 프리미엄으로 안정적인 분양률을 기록하기위해 애를 쓰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고급마감재에다 대구시내 최고층 건물로 대구시내 전역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등 잇점으로 초기 계약률 50%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4일 모델하우스 공개 후 25~27일 청약접수를 받는 '유천동 포스코 the#(764가구)'의 경우는 달서구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첫 분양하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과연 투기세력이 빠져나간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계약률을 올릴지가 관심거리다.

한동안 대구시장에서 떠나다시피 했던 롯데건설이 11월말 분양하는 경산 하양의 '롯데낙천대(486가구)'와 동양메이저건설이 대구 도심에 첫 분양하는 수성구 수성1가의 '수성 동양엘레브(209가구)'의 경우 각각 경산과 소단지라는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태왕의 경우는 다음달 수성구 범어동에 공급하는 '범어 태왕리더스'에 대해서는 적정 분양가격으로 수요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같은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두고 한 주택업체 대표는 "현재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주택업체가 주도권을 가졌던 종전 분위기와는 달리 철저히 수요자 위주로 바뀌었다"면서 "이제는 수요자 감성마케팅 전략을 쓰지않으면 분양 실패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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