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원전문기자 류승원의 시각-비슬산 환경파괴 오늘의 현실

해발 1,084m의 비슬산은 지난 1995년 대구시에 편입된 이후 급속한 개발의 길을 걸어왔다.

소재사 부근에 휴양림이 들어섰고 소재사~대견사터 임도가 개설돼 콘크리트로 포장되었으며 참꽃 군락제를 위해 산등성이 일대를 정비, 그 본래의 자연성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비슬산 정상은 대구의 앞산에서 출발하여 비슬산맥의 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남쪽으로 가면 이르게 되는데 직선거리로 약 12㎞ 정도 된다.

여기서 1㎞남짓 더 남쪽으로 가면 대견사터가 나온다.

일명 포산(苞山, 숲으로 덮인 산)으로도 불리는 비슬산은 유가사, 소재사, 도성암, 대견사터 등과 같은 수많은 사찰.문화유적들과 세계적인 자연물인 암괴류(block stream, 돌흐름)와 돌서렁(talus, 낭떠러지나 산비탈에 무너져 쌓인 바윗돌의 퇴적)이 형성돼 있는, 대구.경북의 산소와도 같은 산이다.

9부 능선을 따라 대견사터까지 1㎞ 이상 죽 이어진 오솔길은 산악인들이 특히 아끼는 길이었다.

산등성이 일대 초원과 바위틈에서 함박꽃, 동자꽃, 돌양지꽃, 꽃개회나무, 타래난초 등 예쁜 꽃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태풍 매미에 산사태 유발

그러나 이런 소중한 산림이 근시안적인 산림당국의 난개발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호젓하던 오솔길은 콘크리트로 잘 포장된 자동차 도로로 변해 버렸고, 세계적 자연물인 돌서렁도 임도(林道)로 끊어져 버렸다.

이런 마구잡이식 개발이 가져온 악영향은 지난번의 태풍 매미로 인해 비슬산 일대 임도가 쓸려내려가다시피한 점(매일신문 11월19일자 보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 영남자연생태보존회의 학술조사 결과 비슬산의 나비목 곤충의 종류가 과거 문헌에 나타난 것에 비해 2/3나 줄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구시와 달성군 당국은 비슬산지 북서쪽 일대인 화원읍 본리리에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소재사 위로 조성된 휴양림보다 2배나 더 넓은 80만평의 휴양림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또 앞산 남쪽을 가로지르는 대구 4차순환선 도로 계획도 비슬산맥의 목을 자르는 일이다.

달성군에서 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도하는 가창면 정대리에서 옥표면 반송리에 이르기까지 폭 8m, 길이 6.5㎞의 도로계획은 비슬산 줄기의 허리를 끊어버리는 일이다.

4차순환선 도로까지

이미 수 많은 임도가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비슬산맥의 서쪽지역인 유가면 양리 유가사에서 옥포면 반리에 이르기까지 임도를 새로 냈고, 이도 모자라 또 11억원을 들여 가창면 오리에서 최정산에 이르기까지 7.7㎞의 임도를 내겠다고 한다.

지난번 그렇게도 반대했던 초곡리 골프장 건도 새로 조성하겠다고 지난 봄에 들먹인 적이 있다.

먹이사슬의 상위층 동물들이 사라지고 곤충이 2/3나 사라지고, 가창댐물이 여전히 누렇게 되어 있는 이유가 지나친 개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가? 가창면 정대리 평지말에서 최정산에 이르는 임도가 지난번 홍수때 어떻게 되었는지 알면서 그와 같은 지형과 지질을 가진 계곡에 또 길을 내겠다는 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슬산지는 크게 두 가지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보존해야 한다.

그 첫째로 '필수 개체군 크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면적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수 개체군 크기란 그 종이 존속되기 위해 꼭 필요한 수를 말한다.

어떤 지역에 모여 살아가는 어떤 종의 개체수가 너무 적으면 △근친교배, 유전인자의 우연한 소실, 유전적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유전적인 문제 △천재지변, 먹이, 질병, 경쟁, 포식 등과 같은 환경변화로 인한 문제 △출생률, 사망률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로 인한 수적 변화문제 등으로 인해 멸종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일정한 수 이상이 집단을 이루고 있어야 그 종이 존속할 수 있다

지금처럼 비슬산지 전체가 도로와 임도로 조각이 나 산림이 섬처럼 고립돼 버린다면 필수개체군 크기를 위한 최소면적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둘째 '절대보호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으로 구분.관리해야 한다.

절대보호지역이란 사람이 손대지 않은 천연지역으로 자연의 핵심지역이면서 생물다양성이 보존된 지역을 말한다.

이런 지역을 사람이 손을 대어 관리하겠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 지역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곳에 완충지역을 설정하여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태체험교육, 관찰, 조사, 적정규모의 채취 등의 활동을 허용하고 그 바깥지역을 전이지역으로 설정해 주민이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생명기반 훼손 명분없어

달성군에서 계획하는 개발정책이 아무리 좋은 명분을 가진다 하더라도 그런 개발로 인해 우리의 생명기반을 이처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타당성을 잃게 될 것이다.

또 이 개발비용이 국비에서 충당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후의 관리유지비가 엄청나게 큰 것이라면-예를 들어 최정산 임도처럼 국비를 보조받아 임도를 개설하더라도 그 보수유지비가 턱없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이런 국비는 되돌려 줘야 마땅하다.

달성군 산림 당국은 달성군의 미래를 위해서, 대구지역 전체 시민들의 생명기반인 비슬산지 생태축을 훼손하고 산림을 고립시키는 개발계획을 과감히 수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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