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부부(夫婦)가 검은 머리카락이 파뿌리 되도록 해로(偕老)하는 걸 귀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일찍부터 서양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았다.
범상한 부부로서보다는 평생 같은 일을 함께 하면서 행복을 누렸던 마리 퀴리와 그의 남편 피에르 퀴리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이들은 부부라기보다 과학연구팀에 더 맞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피에르는 연애 시절 마리에게 장신구나 꽃 대신 물리학 관계의 책을 선물했고, 두 연인은 카페나 극장 대신 연구실에서 토론을 즐겼다.
결혼 뒤에도 남녀의 역할은 뒷전이었고, 공동연구 끝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아가며 행복을 구가했다.
쯠남녀 문제를 두고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노예가 시민의 일을 하던 고대도시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는 광범위하고 다양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이후 여성의 역할은 대부분 가정에 국한돼 왔었다.
그러나 현대도시에 와서 다시 여성의 사회 참여와 전문직 진출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고대도시보다 더 광범위하고 전문적일 뿐 아니라 어떤 분야는 남성을 앞지를 정도다.
쯠부부가 맞벌이에 나서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면서 도시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이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통계청의 최근 3분기 가계 수지 동향 발표에 따르면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301만9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
가구주의 근로소득도 8.1% 많아졌지만, 배우자의 근로소득 18.8% 증가(32만2천원)가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쯠최상위 20%의 가구는 월 평균 소득이 574만7천원이지만 최하위 20%는 111만4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간의 소득 격차(5.16배)가 크게 벌어진 건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부익부 빈익빈 현상 때문인지, 이제 남성들은 대부분 배우자로도 일하는 여성을 선호하는 추세다.
일하는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생동감, 자기발전의 노력, 사회생활 동지로서의 공감대 등도 작용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무겁지 않을까.
쯠얼마 전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 부부의 맞벌이에 대해 묻는 한 리서치에서 아들 부부의 맞벌이를 원하는 부모는 93.6%였다.
딸을 둔 부모도 88.9%나 됐다.
육아에 드는 돈과 출퇴근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맞벌이=맞쓰기'라는 등식도 나올 수 있다.
한 해에 33만쌍이 결혼하고 15만쌍이 이혼하는 시대가 되기도 했지만, 만남과 헤어짐도 계산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삶의 가치를 지나칠 정도로 부(富)에 두게 돼 그런 가정에서 정서적 불안을 겪으면서 자란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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