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보!케냐-나쿠루 호수 국립공원

케냐 중서부 리프트밸리주(州)에 있는 나쿠루 호수 국립공원(Lake Nakuru National Park)은 사파리 왕국 케냐에서도 매우 독특한 곳이다.

다름아닌 2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의 플라멩고(홍학) 낙원이기 때문이다.

나이로비에서 156km,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2시간이 채 안걸린다.

나쿠루란 이름은 '흙먼지 이는 땅'의 의미라는데 지금은 아스팔트 포장이 돼있다.

케냐 네 번째 도시라는 나쿠루시(市)는 보기엔 그저 조용한 소도시 같은 분위기. 공원입구에 들어서면서 벌써 공기가 확 달라지는 느낌. 사막지대의 작고 건조해 보이는 아케시아 나무와 달리 나쿠루의 그것은 대개 쭉쭉 뻗은 거수목이다.

같은 나무라도 물이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나쿠루는 해발 1,820m의 고원지대라 연중 기후가 선선하다고 한다.

갑자기 멀리서 소음 같은 것이 들리더니 눈 앞에 커다란 호수, 엄청나게 긴 분홍빛 띠가 보인다.

바로 플라멩고 무리들이다.

가까이 가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분홍빛 깃털의 플라멩고들이 호수가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키가 1m씩은 넘을 것 같다.

플라멩고들은 쉬임없이 소리를 지르며 가늘고 긴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누군가가 "호수물이 뜨겁기 때문에 계속 다리를 움직인다"라고 설명한다.

물이 얕은 한쪽에는 회색빛을 띤 플라멩고들이 저들끼리 놀고 있다.

분홍빛은 어미들이고 회색빛은 새끼들이라 한다.

나쿠루 호수가 저 많은 플라멩고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호수 옆 뻘 위에 황소보다 더 큰 갈색의 들소 몇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엔 현지인들이 '빅 버드(Big Bird)'라 부르는 예닐곱살 아이만한 새들이 까만 연미복을 입은 듯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커다란 사슴같은 것이 한가롭게 누워 뒹굴고, 얼룩말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초원의 신사 기린과 원숭이, 가젤영양도 보인다.

사파리를 한 바퀴 돌았지만 만나기를 고대했던 사자나 치타는 볼 수 없다.

아마 저 마른 풀숲 어딘가에 엎드려 숨어 있을 것이다.

길섶에 커다란 동물의 뼈가 뒹굴고 있는 걸 보니 섬뜩해진다.

산 위에 서니 나쿠루 사파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약한 것과 강한 것이 함께 어울려 나름의 질서를 이루며 조화롭게 사는 저곳. 케냐 토착어인 스와힐리어로 '사파리(safari)'란 '무엇인가 얻어 돌아오는 여행'이라는데 나쿠루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전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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