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나는 몰라

한겨울 얼어붙은 눈밭에 서서, 내가

왜 한 그루 포플러로 변신하는지.

모든 집들의 창은 닫히고

닫힌 창안으로 숨을 죽이고

눈물도 마른 잠에 혼불 끄는데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있는지.

홍윤숙 '겨울 포플러' 부분

홍윤숙 시인은 독실한 신앙인이기에 여든을 바라보는 요즈음도 기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겨울 포플러는 잎이 다 떨어진 채로 허벅지까지 눈속에 빠져 그 매운 겨울 바람의 채찍을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맞선다.

그 포플러는 시인 자신이고 눈밭은 험난한 이 세상을, 또 돌아갈 곳은 시인이 설정한 이상향(천국일 수도 있다)이라고 봐야 한다.

모른다는 도치법의 사용으로 안다는 사실을 부정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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