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이정복 대구대교수

"갖가지 부호와 생략이 특징인 인터넷 통신 언어는 쓰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주는 측면도 있어요. 그렇지만 세대간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등 인터넷 언어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도구가 바로 언어인 만큼 인터넷 언어는 여러모로 개선돼야 합니다".

대구대 국어국문학과 이정복(36) 교수. 그가 올해 펴낸 '인터넷 통신 언어의 이해'는 우리 말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지는 인터넷 언어를 본격적인 학문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 책은 인터넷 통신 언어 전반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실제 언어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기술했다.

통신 언어에 대한 학자들과 국어 정책 담당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이 책은 올해 문화관광부의 우수 학술도서로 뽑혔다.

'인터넷 통신 언어의 이해'를 비롯 이 교수의 저서 3권은 문화부와 학술원에 의해 우수 학술도서에 연속으로 선정돼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는 "학위 논문과 그동안 연구한 것을 토대로 책을 냈을 뿐"이라고 겸손해하면서 "연구실에 파묻혀 공부하고, 강의하는 것이 즐겁다"고 털어놨다.

그가 쓴 책들은 학문적 가치뿐만 아니라 실생활을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학술원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된 '국어 경어법 사용의 전략적 특성'은 접근이 쉽지 않은 군대 장교 집단의 언어를 다뤘다.

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했던 이 교수는 장교들을 대상으로 집단의 특성에 따라 화자들의 경어법 사용이 어떻게 전개되며, 이 때 나타나는 경어법 사용의 전략적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분석, 국어 경어법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의 틀을 제시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한국학 전문 학술지 '더 저널 오브 아시안 스터디즈'에 서평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역시 문화부 우수 학술도서에 선정된 '국어 경어법과 사회언어학'은 국어 화자들이 실제 사용한 언어 자료를 대상으로 사회언어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경어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국어 경어법 연구의 권위자인 이 교수는 우리 말의 경어법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7천여 언어 가운데 경어법이 가장 발달한 것이 우리말입니다.

일부에서는 경어법을 낡은 시대의 유물, 또는 우리 말을 배우는데 장애물이 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입니다.

직장이나 학교, 가정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경어법을 잘 활용한다면 사회통합 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 대구대에 부임한 이 교수는 "언어정책은 언어학적 이론과 언어 실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평소 소신을 밝혔다.

또한 "충청권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되는 만큼 서울 중심적인 현행 표준어 정책은 방언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방송언어 분야의 학술 서적을 준비하고 있는 이 교수는 "남북 통일에 대비,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통일 방안을 제시하는 국어 정책적 연구 작업을 장기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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