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경영'도요타'를 배운다(3)-1초라도 단축되면 바로 공정 적용

지난 14일 오전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자동차 공장 프리우스 조립 라인. 위칸 라인에서는 차량 문짝이 줄지어 움직이고 아래 라인에서는 문짝 없는 차체가 이동하고 있었다.

문짝을 단 채 조립공정을 이어가면 문 여닫는 과정에서 차체에 미세한 흠집이 생기는 등 제품 파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새로이 도입했다는 '도어리스 어셈블리(Doorless Assembly)' 방법.

"우리는 무엇이든지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꿨습니다.

좋은 방법이라면 바꾸는데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바꾸고 나니 제품 품질이 좋아지고 현장 근로자들이 흠집날까봐 신경 쓰는 일도 줄어 작업효율도 개선됐습니다".

◇현장에서 해결

도요타자동차 공장 작업 라인엔 노란색 점멸등과 빨간색 등이 달려 있다.

현장 근로자들은 누구라도 끈을 당겨 이 불을 켤 수 있다.

황색등이 켜지면 제조공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 최초로 발견됐다는 표시로 점멸등을 켠 작업자 부근의 작업반원들만 모여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빨간등을 켜게 되고 이 불이 들어오면 모든 생산공정이 정지된다.

이렇게 시스템을 갖춰놓은 이유는 문제를 현장에서 즉시 개선하자는 것. 불량품이 있는 줄 알면서도 가동 일시 중단으로 오는 손해에 대한 우려때문에 불량품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결국 즉시 개선을 하지 않으면 나중엔 결함지점을 찾을 수 없고 결함이 반복, 전체 품질이 떨어진다는 설명이었다.

미국의 경우, 결코 가동을 중단시켜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도요타의 방법이 통하는 것을 보고 미국에서도 이같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도요타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도요타는 이처럼 현장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미 경영학계나 산업공학계에서 학술 용어로 인정받고 있는 JIT(Just In Time), 간판시스템 등이 현장 공정에서의 도요타식 개선을 표현해주는 말.

JIT는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만큼만 만들어낸다는 것. 따라서 도요타는 뒷 공정에서 만든 물건을 무조건적으로 앞공정을 향해 밀어주는 푸시(Push) 시스템에서 탈피, 뒷공정이 만들어놓으면 앞공정은 필요한만큼만 가져가는 풀(Pull) 시스템을 적용한다.

풀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은 간판시스템이다.

도요타의 공정 라인에는 부품 박스마다, 심지어 조립중인 제품에도 간판이라 불리는 푯말이 붙어있다.

이 푯말은 공정을 통과할 때마다 기입 내용이 달라진다.

모든 근로자들은 이 푯말을 보고 전체 생산공정을 파악,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만큼만 만들어내고 있다.

이 날 공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도 근로자들은 끊임없이 푯말을 확인하며 조립을 하고 있었다.

결국 도요타는 이런 방법을 통해 현장에서 재고를 없애는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헛수고도 줄이고 있다.

도요타는 또 종래 위에서 집어넣던 엔진과 밑에서 집어넣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을 아래에서 동시에 함께 집어넣는 방법 등을 통해 조립 혁신도 가져오고 있다.

동시 작업으로 조립라인을 단축하고 결국 라인절감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 현장 근로자들은 다기능 숙련을 통해 현장에서 생산 유연화를 달성하고 있었다.

라인 한 곳에서 다양한 차종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현장이 생산량 조절까지 직접 담당하고 있었다.

잘 팔리는 차종이 있으면 생산을 늘리고, 안 팔리면 즉시 라인내에서 차종을 변형한다는 것.

실제로 도요타는 80여개의 차종을 갖고 있으며 각 공장은 변형 생산 기능을 통해 1곳당 10개에 육박하는 차종을 생산 가능하다고 도요타는 설명하고 있었다.

◇좋은 품질, 좋은 생각

도요타 생산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초록색 간판에 흰글씨로 '좋은 품질 좋은 생각'이라는 대형 간판이 걸려 있었다.

항상 아이디어를 생각, 무엇이든지 개선하라는 의미였다.

공장 곳곳에 개선사례가 '널려' 있었다.

개선사례를 판으로 만들어 공장 곳곳에 게시하고 있었던 것.

전선 등의 재질을 PVC에서 폴리프로필렌으로 개선, 할로겐 등 유해물질을 개선했다는 사례에서부터 전원박스, 알루미늄 개선 등에 관한 기술적 내용이 곳곳에 판으로 걸려 있었다.

그리고 개선 사례마다 개선을 한 근로자의 얼굴 사진을 게시한다.

라쿠라쿠(樂樂) 의자도 개선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 도요타 일부 조립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앉아서 작업을 한다.

허리가 아프다는 근로자들이 생겨나자 좀 더 편안한 자세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로봇팔 형태의 의자를 만들어 제조공정에 투입한 것.

이 아이디어도 좀 더 편안한 자세에서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는 근로자의 개선 아이디어였다.

이 의자는 일본과학기술기구로부터 상까지 받았다.

나사 끼우는 것 하나까지도 개선 대상이다.

그냥 끼우는 것보다 미리 세워둔 상태에서 전동공구로 나사를 박는다는 것. 이런 공정 개선을 통해 몇 초를 아낄 수 있다고 도요타 공장 관계자는 말했다.

1초를 아낄 수 있는 개선 아이디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바로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 도요타의 개선이다.

그리고 공정에 직접 적용, 효용이 인정되면 모든 계열공장으로 일시에 퍼뜨리는 것도 도요타다.

아이치현.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도요타 개선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인 라쿠라쿠(樂樂)의자. 서서하는 작업으로 인해 허리통증을 느끼는 근로자들이 제안, 제작공정에 도입됐다. 이 의자는 과학기술장관상을 받았다. 나고야에서 박순국 기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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