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이 통과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이하 대경과기원.DKIST)을 성공시키기 위한 관건은 딱 한가지다.
바로 세계적인 인재를 대구로 불러오는 것이고, 세계적인 인재를 대구로 불러올 수 있는 관건은 바로 대경과기원의 입지와 연결된다.
어느 곳에, 어떤 방법으로 세우느냐에 따라 인재를 불러와서 대경과기원을 성공시킬 수도, 인재를 쫓아버려 대경과기원이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안 통과 이후 치열해지고 있는 대경과기원의 최적 입지는 어디일까.
◆최적지 선정으로 인재 불러모아야=우선 대구시가 패션어패럴밸리나 밀라노프로젝트처럼 대형 국책사업을 실패하지 않으려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입장이니만큼 대경과기원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마음을 비우고, 인접 지역 인재를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틀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구역에 얽매인 관료적 시각이나 주민요구에 따른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대경과기원이 진정으로 대구경북 산업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업 계명대 교수는 "대경과기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신기술 클러스터의 중심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산업지리적 여건 역시 중요하다"며 "지자체의 지역 이기주의나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결정된다면 또다시 종전의 사업처럼 실패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대경과기원이 성공하려면 구미-포항-창원의 삼각축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 허브(hub:중심) 기능을 갖추어야 하는 곳에 입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와 경북은 하나의 클러스터이고, 대경과기원은 클러스터의 조건에 맞는 곳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우수인재를 유치,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포항공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좀 더 구체적인 성공 요건을 제시했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는 "우리가 바라는 대경과기원의 구성원들이 세계적 수준이고, 또 고급두뇌 집단이 까다로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구원 주변은 쾌적한 주거와 교육, 교통, 쇼핑 및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포항공대가 당초 도시외곽에 위치하려다 주거와 교육, 레저 환경이 잘 구비된 포스코 주거단지 안으로 최종 결정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인재들은 안정적인 주거와 교육시설 원해=이철규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프로젝트 개발팀장도 "대경과기원이 기대하는 젊고 유능한 연구원을 확보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안정적인 주거와 교육시설"이라며 "대덕과학단지와 포항도 이 부분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팀장은 "대경과기원이 대구경북의 R&DB(연구개발 및 사업화)의 허브를 지향한다면 위치가 대구 내부인지 대구와 경북의 경계지점인지는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면서 "대구에 들러리 서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경북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성급하고 일방적인 입지선정은 대경과기원을 '이지메' 대상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솔직하게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미국 RTP(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에서 10여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전두환 한국섬유기계연구소장(영남대 교수)은 선진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RTP는 '랄리' '체퍼힐' '더 햄' 3개의 도시에 각각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UNC, 듀크대를 연결하는 3각축내에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해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세계적 모범 사례로 부상한 곳이다.
김희술 경북테크노파크 사업단장은 "대경과기원이 응용.산업화 연구기관을 지향하고 있는 반면, 대구의 산업기반은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경북의 산업기반 및 연구관련기관 등과 연결성이 좋은 경계 지점을 선택하는 것이 대구와 경북이 함께 대경과기원과 대구경북 산업클러스터를 성공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풍, 칠곡, 율암동 등 거론=대경과기원의 입지 후보로는 달성 현풍 이외에도 대구칠곡, 동구 율암.각산동, 대구대공원 부지 등이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칠곡 지역은 대구경북 최대 산업클러스터인 대구-구미간 IT(정보기술)라인의 연결점에 위치해 산업 및 교육, 문화적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고, 동구 율암.각산동 일대는 대구도심 및 경산에 인접한 경계지점으로서 산.학.연 협력체제의 또다른 '축'인 지역대학들과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대구대공원 부지는 주위의 교육과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점 때문에 대경과기원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대구테크노폴리스 관련 중간 보고회 때는 달성 현풍이 대경과기원의 후보지로 적합하다는 보고가 있었던 반면, 산업연구원의 대구산업발전계획 중간 보고회에서는 구미-대구-포항간 산업클러스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대경과기원을 대구테크노폴리스계획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며 "마구잡이식으로 쏟아지는 입지 논란과 특정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정치적 부담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현 대경과기원 설립준비 모임 위원장(경북대 교수)은 "설립추진위원회와 설립추진기획단이 공식적으로 구성된 이후 '입지'를 비롯한 관련된 모든 문제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하는데, 설익은 입지논란을 가열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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