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내가 사는 이 시기가 어떤 시대인가를 고민하고,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눈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또 내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누구인가를 진지하게 탐구해야 합니다. 자기가 누구인가를 놓치면 영영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등의 화제작을 쓴 소설가 공지영(40)씨가 25일 오후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문학 속 세상읽기'를 주제로 문학강연을 했다.
"거기 사람들의 고통이 있으니 작가는 그리 가라"는 화두로 강연의 실마리를 풀어나간 공씨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소회를 먼저 털어놨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무슨 꿈을 갖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현실적으로 매우 유능한 것 같지만 현실의 때가 너무 묻지 않았나란 느낌이 듭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우리 역사에서 '소금'의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 공씨는 "자본주의의 나사가 되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소금의 짠맛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인생에서 주어진 가장 빛나는 시간인 20대에 돈과 명예, 권력에 매몰되거나 오지도 않은 날을 위한 끼니 걱정을 하기보단 인생을 지탱해 줄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의 쇠퇴기' '책을 안 읽는 시대' 등 문학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 공씨는 "나를 포함해 작가들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이념이 퇴조하고 사적인 문학이 유행한 1990년대에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밤잠을 설치게 하는 소설이 나오지 못했다고 봅니다.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드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는 "소설은 영화나 인터넷과는 다른 소설만이 고유하게 할 수 있는 것을 고집해야 한다"며 "인간의 근원적 삶에 대한 물음과 같은 것은 소설 등 문학이 할 수 있는 특장"이라고 강조했다.
공씨는 "처음 소설을 쓸 때엔 가슴에 쌓인 것이 풀리고, 해방감과 자유를 느꼈지만 그 이후엔 소설이 나를 옥죈다는 생각에 소설 쓰는 것을 중단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소설을 쓰는 것이 소설과 나와의 계속되고 끈끈한 관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내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하는 소설을 쓰면 100점 중 60점을 얻어 '낙제'를 면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책이 많이 팔리는 40점이란 부분은 끊임없이 흘러다녀 소설가가 이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진실이나 거룩한 것, 선함을 원하고 있습니다. 소설가를 비롯해 누가 그것을 끄집어 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됩니다. 그 시선은 단순하게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닌 인간됨이 즐거운 시선일 것입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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