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빈곤시대(2)-희망을 믿지 않는 저소득층

"평생을 살아온 섬을 떠나 육지로 이사갈 궁리를 하고 있지만 여든여덟인 친정어머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요".

허이선(56.울릉군 도동2리)씨는 울릉도에서 오징어 손질과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새벽 5시부터 저동어판장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벌어들이는 한달수입은 100만원 미만. 요즘은 오징어가 많이 잡히지 않는 바람에 일거리조차 없다고 한숨이다.

좁은 섬 지역이라 자질구레한 허드렛일을 찾기가 힘들어 육지행을 결심하는 허씨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도 되지않는다.

배를 탄다고 부산으로 간 지 1년 넘게 소식이 없는 두 아들이 있다는 게 이유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서명원(40.영천 자양면 성곡리)씨는 알코올중독과 중증 폐결핵 환자다.

부인이 20여가구의 이 마을 구판장에서 일하며 받는 월 30만원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한다.

그러나 3세, 5세, 7세, 8세 등 어린 자녀가 네명이나 되고 서씨의 질병 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부부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간다.

빈익빈 부익부. 직접적인 생활고에 시달리며 어쩔 수 없이 한숨만 짓는 건 사회복지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서민들에게는 더욱 심각하다.

지체장애자 김모(42)씨는 현재 초교 2학년에서 학업을 중단한 아들(10)과 함께 부산시 동구 초량동 ㅂ교회가 운영하는 노숙자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근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구두를 닦아 생계를 꾸리고 아들이 학업만이라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백방으로 찾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근 동사무소에서도 김씨에게 행정적 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억2천만원의 빚을 지고 채권자를 피해다니느라 현재 김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김씨의 처는 집을 나가버렸고 아들은 학업을 중단했다.

동사무소는 김씨에게 주민등록을 회복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이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동사무소는 김씨의 주민등록 회복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들만이라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아들과 헤어져 사는 아픔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정부지원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수년째 최악의 운영난을 겪고 있는 비인가 장애인.노인수용시설은 더 어렵다.

정부 인가시설이라면 어렵잖게 해결될 기본적인 주.부식비와 피복비 마련에 원장과 총무가 파김치가 되고 있다.

난방비 등 운영예산이 대폭 불어나는 겨울나기는 가장 힘겨운 일이다.

안동 '우리집'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못하는 비인가 사회복지시설. 20여년전 전도사로 활동하던 장영자(60) 원장이 무의탁 행려병자를 돌보기 위해 만든 곳이다.

현재 수용된 사람은 110여명. 직원은 총무 1명 뿐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후원금이 절반 이상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하지 않은 농산물을 가져다 부식으로 사용하고 최소한의 노동력이 있는 수용자들이 고추 꼭지따기 일당 등으로 운영비를 보탠다.

생활고에 시달려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는 어쩔 수 없는 생활고로 고통받는 이웃들이 더 많다.

지난 10일 부산 ㄷ중학교는 급식비를 내지않은 학생 100여명에게 급식을 중단했다가 학부모의 거센 항의를 받고 하루만인 11일부터 급식을 재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해프닝은 미납 급식비 수백만원을 둘러싸고 벌어졌기 때문에 지금 정치권에서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오가는 현실과 비교하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ㄷ중학교는 이날 오전 교내 방송을 통해 급식비를 납부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급식을 중단한다고 공지한 뒤 이들에게 점심을 배식하지 않아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은 학생들은 굶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급식을 중단하는 해프닝을 벌인 이유는 미납부 급식비에 대한 책임문제 때문. 현재 ㄷ중학교 민간위탁급식업체는 602만7천원의 급식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급식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마냥 급식을 제공할 수는 없는 형편. 급식비를 낼 수 없는 극빈층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수익자 부담원칙에서 이뤄진 조치였지만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겼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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