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싸우지마!'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3분의 2가 통과시킨 특검법안을 거부하고 한나라당이 의원직 총사퇴와 함께 최병렬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맞선 싸움은 더이상 봐주기 힘든 추한 싸움이다.

한쪽은 아예 오기정치로 나선 듯하고 한쪽은 군사정권에 저항하듯이 한다.

실로 국정난맥상이다.

지금 국민들은 밥이 위로 들어가는지 아래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인 판에 정치가 산으로 올라가면 그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노 대통령에게 있다.

북한이 걸핏하면 '벼랑끝 전술'을 쓴다더니 둘 다 이걸 배운 모양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특검법을 거부하면서 '검찰수사가 끝난뒤 정부가 새 특검법을 내놓겠다'고 한 것부터가 어폐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이 특검을 제의 한다?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특검을 거부한다면서 정부 스스로 특검법을 만들겠다니, 이건 검찰 독립성을 부인하는 모순 아닌가? 특검거부를 건의한 강금실 법무장관도 노 대통령의 이 말에 동의하는가? 아마도 노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할 경우의 정국풍향, 한나라당과 대선자금 수사의 득실, 4개월 앞의 총선 수(手)까지 읽었을 것이다.

이것을 다 읽은 후의 벼랑끝 전술이라면 사태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대화와 타협이 민주정치의 근간이다.

누가 거부권이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라고 했나? 누가 측근비리가 '수사중'이 아니라고 했나? 노 대통령이 진작에 '내 측근의 비리관련 문제이므로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검찰수사는 아무리 잘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면 검찰에 대한 명분도 섰을 것이다.

결국 이 파국은 정치적 힘겨루기가 빚은 비타협의 결과물이다.

국회 '3분의 2'의 뜻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 '의원직 총사퇴'의 배수진으로 버티는 야당-정치력의 실종을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때맞춰 '대한민국 싸우지마!'라는 개그맨 출신 무명 가수가 부른 대중가요가 히트라고 한다.

'여당 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노사파업 죽자사자 밤새 싸우고, 어린 청춘 사교육에 시들어간다…'는 이 가사를 노 대통령과 최 대표는 알기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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