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기자의 영화보기-할리우드 사무라이바람

▨할리우드 사무라이 바람

할리우드에 '사무라이 바람'이 불고 있다.

'쇼군'(1980년)에 이어 대형 활극까지 만들었다.

'바람몰이'에 나선 선봉장이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 할리우드 영화인 '라스트 사무라이'는 이례적으로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시사회)를 도쿄에서 열었다.

최근 불고 있는 동양액션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자리에서 톰 크루즈는 "사무라이의 우아함, 무사도 정신, 충성심은 늘 날 매료시켜왔다"고 했다.

"10세 때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보며 사무라이를 흠모하게 됐다"며 사무라이를 "철학자이며 예술가"라며 칭송했다.

내년 1월 국내 개봉 예정인 '라스트 사무라이'는 19세기 말 메이지유신 직후 서구화를 추진하는 천왕과 이에 맞서 전통을 지키려는 사무라이간의 '최후의 전쟁'을 그린 작품. 톰 크루즈는 천왕군의 신식 훈련을 위해 고용됐다가 차츰 사무라이 정신에 매료되는 미군역을 맡고 있다.

또 한 편의 작품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이다.

'헤모그로빈의 화신'이란 별명처럼 타란티노는 스크린을 피로 적신다.

이 작품은 사무라이 오마주(헌사) 영화의 결정판이다.

'킬빌'은 사무라이, 홍콩무협, 마카로니 웨스턴 등 B급 영화에 대한 코드를 엮은 작품. 특히 1편에 해당하는 이번 개봉판은 사무라이 예찬을 전편에 걸쳐 녹아 넣었다.

일본 검의 명인 하토리 한조 역으로 나오는 소니 치바는 60, 70년대 사무라이 액션의 대스타. 야쿠자들의 액션 장면은 일본영화 '사무라이 픽션'의 유명한 실루엣 장면을 패러디했고, 오렌 이시(루시 루)의 어린 시절은 아예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로 대체했다.

특히 우마 서먼이 최후의 결투를 끝낼 때 흐르는 엔가 '송장의 꽃'(The Flower of Carnage)은 감독이 일본문화에 얼마나 심취해 있는지를 잘 드러내준다.

과거 같으면 사무라이는 할리우드 액션에 등장하는 악당의 하나로 일본도를 휘두르다 결국 주인공의 발차기에 나가떨어지는 엑스트라였다.

'킬빌'이 개봉했을 때 미국 언론은 '옛날 옛적에 동양에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셀지오 레오네 감독의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빗댄 말이다.

그만큼 사무라이를 하나의 중요한 동양 문화의 하나로 본 것이다.

'쇼군'이 나온 것이 1980년. 20년 만에 이제 다시 할리우드가 다시 사무라이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20년의 간극은 엄청나다.

과거 동양사 강의처럼 그려지던 사무라이에 대한 할리우드의 시선이 이제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육화(肉化)된 느낌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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