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등 칠레산 과일이 성주참외와 직접 경쟁관계에 있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대규모로 수입돼 과일시장이 교란될 경우엔 피해 우려가 있습니다".
성주군은 지난 2000년초 대규모 오렌지 수입으로 국내 과일값이 동반 폭락하면서 한때 참외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성주군은 한-칠레 FTA 비준에도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참외값이 곧바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지역 농가들도 참외만큼은 다른 과일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경작면적도 매년 100∼200ha씩 꾸준히 늘고 있다.
이태암 성주부군수는 "이제는 대체작목 개발보다 질좋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친환경농업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고품질 참외를 생산, 일본.홍콩 등 동남아 수출시장 개척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입과일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요즘 다른 과일들도 성주참외처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렌지 한 품목의 수입으로도 다른 국내생산 과일 값을 뒤흔들어 놓는 사실로 미뤄봐도 알 수 있다.
가족 단위의 소농이 위주인 우리나라 농업은 외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해 사실상 가격경쟁력이 거의 없다.
유럽연합(EU)은 경지면적 20ha(6만평) 미만인 농가를 소농으로 간주,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농가당 경지면적은 작년말 1.45ha(4천350평)로 단순 비교해도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농가인구 비중(통계청 '03 농업기본통계조사)이 20.5%로 전국평균 7.4%보다 훨씬 많은 경북도〈표2 참조〉는 뾰족한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포도, 복숭아, 자두, 사과 등 주요과일의 최대주산지〈표3 참조〉인 도내 시군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경북도는 지난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WTO/FTA농업대책팀'을 신설했다.
그러나 경북도의 대책은 아직까지 FTA체결의 영향이 큰 품목 중심으로 예산을 중점 지원하는 정도다.
2003년 이 부문에 245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던 경북도는 내년에도 과수농가 지원, 농가의 안정망 확보, 전천후 농업기반 시설 구축 등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투자할 계획이다.
포도 경쟁력제고 지원사업 23억원, 과수 품질향상 지원사업 13억원, 수출단지활성화 지원사업 3억원, 지역특화사업 지원 8억원 등의 농가지원사업 추진 대책을 세워두고 있는 정도다.
경북도는 정부의 119조원 농업.농촌 투융자 계획이 확정되고 농림부의 세부계획이 마련되면 본격적으로 대책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기는 시.군 기초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몇몇 농업관련기관이 자체적으로 이미 추진해온 사업들은 다른 지역에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국 재배면적의 12%(1천642ha)를 차지하고 있는 복숭아에 대해 경산시농업기술센터 김익겸 기술보급과장은 "경산시 재배면적의 약 40%가 '천홍'품종으로 집중돼 있어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하락 우려가 높다"며 "조.중.만생종의 품종 안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천농업기술센터 김수원 소장은 "현재 영천시 차원에서 고품질 포도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비가림 재배면적 확대, 친환경농업 지원 등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포도가공산업 활성화, 중국.동남아 등에 포도수출 추진 등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업관계전문가들은 당장 눈앞의 한-칠레 FTA에 대한 대책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일 경북도청 만남의 광장에서 경북도 농수산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업무연찬회에서 '농업협상의 동향'에 대해 강의를 했던 WTO/FTA농업대책팀의 이하윤씨는 "농산물도 이제는 수출용, 내수용 등 소비타깃을 미리 정해놓고 생산해야 한다"며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도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이호철 교수는 "한-칠레 FTA 타결로 피해를 보는 복숭아 농가에게 얼마를 지원해줄 것인가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복숭아농가가 다른 과일 재배로 작목을 전환함으로써 과잉생산을 하게 되고 값이 폭락하는 간접피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암 성주부군수는 "성주 참외, 고령 딸기, 의성 마늘, 구미 화훼 등 지역농업을 특화시켜야만 외국농산물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부문에서 공통 분모를 찾는 대책은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특화된 지역농업체제로 방향을 정해두면 영농의 규모화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효과도 있다
이 부군수는 "농산물 개방의 파고가 높아도 지역특화농업이 정착된 곳은 걱정이 없다"며 "몇몇 선도농가가 지역농업을 이끌어가고 정책적인 지원도 포괄사업비 형식으로 지역에 맞게 쓸 수 있도록 융통성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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