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動物 정치'

참으로 민망한 표현이 될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소금친 미꾸라지'형태로 본다.

무엇에, 무엇이 그렇게 홀렸는지 목표지향도 없이 '너죽고 나살자'식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응당 그렇게 가는 것이 한국의 정치수준이거니 생각하다가도 돌이켜보면 딱한 처지에 놓인 것은 국민이라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경우에 허허로운 공소(哄笑)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우리의 처지에 정치를 한다는 무리들이, 작자들이 내던지는 돌팔매질에 나라가 거덜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는 사람은 그건 분명 강심장의 소유자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국회거부 등은 다수당의 불법파업'이라고 했고 최병렬 한나라당대표는 '단식'을 선택했다.

노동현장에서나 쓰임새가 있을 '불법파업'이 정치판에서 대응용어(對應用語)로 등장하고 독재시대에서나 나왔던 정치인의 식사중단이 21세기를 여는 초입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정치는 누가뭐래도 개떡같은 난장판이라는 표현이 적확(的確)할 것이다.

"민주주의 규칙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못살게 하는 대통령의 행태를 제1당 대표로서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두 '경상도 출신'의 말. 본래 의미대로 그냥 수용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정치의 특징은 물리적 또는 육체적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말로써 행동을 조절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리적 힘에 바탕을 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서는, 그런 분위기에서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정치특징은 인간적 현상이라는 것에 있다.

인간이 모여 다 같이 살아가는 고민을 하는 과정서 정치는 발생한다.

따라서 정치는 인간의 복수(複數)상태와 언어 존재가 전제된다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철천지 원수같이 대화를 단절한 우리나라 정치는 '동물정치'다.

다 알다시피 동물세계는 힘의 충돌, 철저한 상대파괴만 존재한다.

▲따라서 동물의 세계에 정치는 없다.

이 꼴이 현재 우리가 신물나도록 목격하는 소판인지, 개판인지 정치판이다.

동물 세계의 전유물인 물리적 굴복만 쟁취하려는 힘의 논리가 판치는 이땅에 사회의 역동성, 국가의 정체성 확보는 이미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불법 정치자금 조성에는 별 반성의 빛도 없이 딴지를 걸고 측근비리에 또다른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꼼수'에 우린 입이 없다.

이리저리 내돌리기도 짜증나고, 귀를 막고 살수 있다면 평정(平定)의 세상이 아닌가 싶다.

동물처럼 갈등을 힘의 충돌로 처리하려고 매달리는 우리의 정치는 '동물의 정치'다.

최종진 논설주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