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경영 '도요타'를 배운다(5)-지자체 도시이름까지 바꾸며 '윈윈'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 이 곳의 원래 이름은 고로모시였다.

하지만 이 도시는 1959년 고로모라는 이름을 버렸다.

이 곳에 터전을 잡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상징성을 인식, 자동차회사의 이름을 딴 도시명을 짓고 도시와 기업의 '합일(合一)'을 이뤄낸 것이다.

이처럼 도요타시가 도요타자동차를 바라보는 눈은 다른 도시의 기업에 대한 시각과 확연히 다르다.

도요타 시청 앞 광장엔 도요타자동차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의 동상과 도요타자동차의 이 지역 유치에 공이 큰 당시 고로모 읍장 나카무라 슈이치가 나란히 서있을 정도다.

기업과 도시가 함께 숨쉬며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곳. 그래서 도요타는 이 곳에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 통한다.

◇지역에 공헌하는 기업

인구 35만명의 소도시 도요타시는 일본내에서 '부자 도시'로 손꼽힌다.

재정자립도 순위 전국 1, 2위를 다투는 도시.

도요타와 1위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라이벌은 도쿄 인근 나리타시. 나리타시는 국제공항때문에 중앙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이 많아 재정자립도가 높을 뿐 세금 수입으로 자립도를 높이는 도요타시와는 건전성면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일본내 675개 시의 평균 재정자립도 수치는 0.77. 도요타시는 지난해 1.66을 기록, 전국 평균치를 2배 이상 웃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요타자동차가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시내에 있는 51개사 88개 공장 대다수가 도요타 계열이거나 협력업체다.

이들 업체에서의 자동차 제조품 출하액만 연간 9조엔(우리돈 약 90조원) 규모.

도요타가 독보적인 경영실적을 올리면서 자본금 1천만엔(우리돈 약 1조원) 이상인 도요타 시내 소재 회사만 73곳에 이른다.

도요타시의 지난해 세입 규모는 968억엔. 이 가운데 291억엔이 기업들로부터 걷은 법인세다.

기업이 지방정부를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시민 1명에게 돌아가는 예산 집행액도 35만9천60엔.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시민 1인당 연간 350만원 이상의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대구시민이 1인당 불과 80여만원의 서비스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도요타시는 대단한 도시.

도요타는 생산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역을 돕는 것만은 아니다.

도요타는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항상 잊지 않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내 많은 지방기업들이 본사를 도쿄로 옮겨갔지만 이 곳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일본내에서도 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도요타자동차는 오히려 본사 공장 건물을 최근 새로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고경영진도 도쿄 본사가 있긴 하지만 해외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곳에 머문다.

도요타자동차는 아예 지방정부에 참여하기도 한다.

도요타자동차 직원들이 시의원으로 나서는가하면 사토 다모츠라는 도요타자동차 부장은 도요타 시장으로 출마, 도요타시에 대한 '개선'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토 시장은 1964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하면서 1975년까지 시장을 역임, 주변 읍들을 합병해 오늘날의 시역으로 확장하고 시민문화예술센터를 건립하는 등 도요타시의 개선을 선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시 스타디움에 전광판을 기증하는가하면 정기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에 대한 문화적 지원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지방정부와의 협조

도요타시는 도요타자동차가 미래형 첨단기술인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지능형교통체계)를 연구개발하자 일본내 도시로는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도시 전체에 도입했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연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도요타시가 최대 우선 과제로 선정,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시는 ITS를 통해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공해 전기자동차를 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시내버스 위치 확인 시스템도 도입, 모든 시민들이 휴대전화나 버스승강장 전광판을 통해 시내버스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차량에 광통신을 부착, 이를 통해 남북 횡단로의 신호가 자동제어되도록 해 교통정체를 줄이고 있다.

또 차량마다 네비게이션을 부착, 횡단보도상에 행인이 있다는 사실도 운전자에게 알리는 방법을 도입했다.

도요타시는 ITS를 통해 대중교통이 편리해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청 청사 현관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정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대중교통 이용책도 마련했다.

도요타시는 사실상 도요타자동차 기술로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을 통해 세계 곳곳에 도요타자동차의 기술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이 사업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기증하고 대부분 시스템을 제공했으며 추진위원회에 참여, 기술자문까지 응하고 있다.

즈카모토 노부히로 도요타시 교통과 부주간은 "자가용 이용자가 늘면서 1970년 1천800명에 불과하던 교통사고 사상자 숫자가 2000년에는 3천225명으로 증가하는 등 도요타시로서는 뭔가 특별한 교통대책이 필요했었다"며 "도요타자동차의 기술이 도시에 새로운 혁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와 관련, 지방정부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돕기 위해 버스를 마련, 도요타역에서 도요타자동차 공장까지 직원들이 버스로 통근하는 것을 돕고 교통정체 감소책 일환으로 시차별 출근제까지 도입했다.

시와 기업의 완벽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

도요타시는 도요타자동차로 인해 도시 전체가 오염도시라는 여론이 불거지자 최근엔 '환경도시'를 자임하고 나섰다.

기업과 도시 이미지를 함께 개선하자는 것.

도요타시는 건물 옥상마다 정원을 만들고 일본내에서는 처음으로 수질보전책의 일환인 수도요금 일정액 산림투자를 결정했다.

또 공장마다 있는 자동판매기를 없애고 매년 각종 환경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덕분에 도요타시의 대기 및 수질오염도는 최근 5년간 단 한번도 기준치를 넘긴 적이 없었다.

도요타시 나리타 히데키 환경정책과장은 "도요타자동차도 공장 주변에 숲이라고 할만큼 큰 규모의 녹지를 조성하고 환경정화시설에 대한 기술자문을 해주고 있다"며 "기업이 기업 위치가 아닌 시민의 자리에서 시 정부를 돕고 있다"고 했다.

아이치현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도요타시 발전의 기반을 구축한 도요타자동차 창업자 도요타 키이치로(왼쪽)와 도요타자동차의 지역유치에 공이 큰 당시 고로모 읍장 나카무라 슈이치씨의 동상이 시청앞 광장에 나란히 서서 시민들을 바라보고있다. 아이치현에서 박순국 기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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