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는 국내의 시각들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농민단체들은 지난 19일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농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부문에선 국가신뢰도가 떨어지고 수출길이 막힌다며 농민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FTA 비준을 강행할 태세다.
◇산업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이 지연되거나 성사되지 않으면 구미공단의 주력품목인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업체들의 중남미시장 진출이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천 LG필립스 디스플레이 부장은 "지난해 말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점유율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한국산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지난해말 10.7%에서 7.8%로 떨어졌고 텔레비전 등 영상제품 점유율도 23.3%에서 16.6%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곽공순 신규사업개발팀장도 "칠레와의 FTA비준이 지연되면 주요 수출품목인 전자제품의 경우 이미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유럽연합(EU)과 내년부터 협정이 발효되는 미국.일본은 물론 심지어 중국 등지의 경쟁제품에 밀려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제품과 달리 휴대전화는 100%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불발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칠레의 전자부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일본이 먼저 칠레와 FTA를 체결하면 한국은 그만큼 시장확대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한-칠레 FTA 조기체결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농민단체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은 한-칠레 FTA 비준 지연이 대 칠레 수출감소와 국가신인도 추락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경제손실을 초래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전농 경북도연맹은 "국회 비준 지연으로 냉장고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냉장고와 세탁기는 칠레의 요구로 FTA 예외품목으로 두고 있어 이같은 주장들은 FTA 비준을 추진하는 세력들의 악의적인 모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칠레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의 자동차시장은 오히려 1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칠레와 FTA를 맺지도 않은 일본은 30%이상 수출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전농 경북도연맹 이윤구 정책부장은 "한-칠레 협정으로 농업분야 전체(수입품목 1천80여가지)를 내주려는 터에 향후 중국과 일본, 호주, 미국 등과의 FTA협상은 무슨 수로 대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7일 오후 경북농업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농림부 '농업.농촌종합대책 지역토론회'를 저지한 한국농업인경북도연합회 박노욱회장은 "농업대책을 왜 한-칠레 FTA와 연계시키느냐"며 "한-칠레 FTA 체결을 놓고 농민을 설득하기보다 식량정책이나 농민정책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부
"농민연대는 '농업.농촌종합대책 지역토론회'를 한-칠레 FTA 처리를 위한 통과의례로 보고 토론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농림부 농업정보통계관실 박현출 국장은 "농민연대가 계속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면 농림부의 119조원 농업.농촌 투융자계획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우려했다.
박 국장은 농림부가 기획예산처 등 정부내의 다른 부처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현재 128만 농가가 10년 후에는 약 80만 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경제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 취미형.가족 자급형 농가가 약 30만, 시군 공무원 등이 대상이 되는 부업형 농가 약 30만 가구에 대해서까지 소득보전을 책임져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국장은 "취미형, 부업형 농가를 제외한 약 20만 가구의 전업농에 대해 정부가 집중 지원한다면 소득보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대 칠레 수출이 더 늘어나고 있는 만큼 농업 외 다른 산업 부문은 FTA체결에 안달이 난 상황은 아니다.
다만 한-칠레 FTA는 멕시코나 일본, 중국 등으로 FTA가 확산되는 시발점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박 국장은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늦어짐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신뢰도 추락 등을 더 염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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