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의대열풍 더 심해졌다

대구지역 수험생들의 의약계열 선호, 이공계 기피 현상이 올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수능시험 이후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진학 상담을 해온 고3 담당 교사들에 따르면 상위권 자연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약계열 지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아예 재수 준비에 들어갔다는 것.

대륜고 박해문 교사는 "지난해 입시 때 '묻지마 의대' 열풍이 극에 달한 것 같았는데 올해는 더 심각하다"며 "350점대 이상 학생 가운데 이공계에 진학하겠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ㄱ고 관계자는 "자연계에서 360점 이상 받은 학생 전원이 의대 진학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또다른 고교 3학년 담당 교사는 "의대가 있기만 하면 강원대, 고신대 등 지역이나 대학 유명도를 불문하고 합격 가능선을 물어온다"고 했다.

예상 점수가 의약계열 합격선에 못 미치는 상위권 수험생들은 사실상 올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재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한 재수생 학원 경우 수능 성적이 발표되지도 않은 25일까지 이미 400여명이 내년 2월 개강하는 종합반에 가접수했다는 것. 이 학원 관계자는 "가접수한 자연계 수험생의 70% 이상이 320~340점대"라며 "오늘도 10여명의 학부모들과 상담했는데 의대 진학이 어려운 10명이 재수 의사를 비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 대학 이공계 학과들은 상위권 수험생 유치가 한층 어려울 것을 우려하며 학생 수 감축, 재정지원 강화 등 실질적인 이공계 지원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공과대 교수는 "몇몇 경쟁력 있는 학과를 제외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대다수 공대 학과들의 지원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합격선도 10~30점씩 떨어졌다"며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최돈순 영남대 공대 학장은 "과거 기술인력의 필요 때문에 공과대를 팽창시켰으나 지금은 공급 과잉 상황을 빚고 있다"며 "학생 수 감축,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정책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했다.

조향래.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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