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대서중 축구부

대구 대서중 축구부가 화제다.

최근 제33회 소년체전 대구지역 1차 평가전에서 우승했고, 지난 8월 제주 탐라기 전국중학교 축구대회에서 전체 98개팀 중 16강, 5월 금석배 전국 중.고 체육대회에서는 98개 참가팀 중 8강에 들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기록이지만 훈련과정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값진 결과인가를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창단된 대서중 축구부는 선수이기 앞서 학생임을 강조한다.

35명의 축구부원들은 수업을 마친 오후 3시30분부터 2시간 가량 훈련하는 것이 전부다.

훈련의 대부분을 기본기와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은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현실에서 볼 때 분명 '반란'인 셈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과 운동 중에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풍토에서는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면 인생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분명 잘못됐죠".

하태호(33) 감독은 축구 선진국인 남미와 유럽에서는 학원 스포츠 자체가 없다고 했다.

일본도 10년전에 클럽체제로 전환했다는 것.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훈련에 임하고 이들 중 재능있는 선수들은 17, 18세가 돼야 축구에 전력을 쏟는다고 말했다.

대서중 축구부원들은 방학이나 대회 출전 때가 아니면 흔한 합숙도 하지 않고 학업에 지장을 줄까봐 매년 5개 가량의 대회만 출전한다.

이 때문에 훈련하다 쉬는 틈을 이용해 숙제를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이들은 경기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다른 학교에서는 성적을 높이기 위해 체력과 정신력을 강조하지만 대서중 축구부는 기술과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체력은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좋아질 수 있지만 기술과 기본기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하 감독의 소신. 이 때문에 클럽이나 동호회 활동을 하는 학생 중 축구를 좋아하는 선수들을 직접 선발해 기본기부터 가르친다.

하 감독은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학원 스포츠 풍토에서는 장래성있는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체력과 정신력만 강조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선수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원 삼성의 지원으로 다음달 중순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떠나는 이정규(15.3년)군은 초등학교 학생회장 출신으로 현재 반에서 중상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군은 "머리를 써야하는 공부와 마찬가지로 축구도 생각하며 해야한다"며 "훈련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을 갖고 효율적으로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업 때문에 훈련에 지장받는 일을 없다"며 "고교에서 운동에 전념하더라도 영어와 한문 공부는 꾸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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