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임원 가운데 '혁신의 상징'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드물다.
또 이들 가운데 도요타자동차를 한번밖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찾기 어렵다.
10년전에 갔던 사람들조차 또다시 도요타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고 또 본 탓일까. 국내 기업들도 '도요타식 카이젠(改善)'을 벤치마킹, 앞다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고라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발전을 위한 개선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개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SDI의 개선
지난 26일 오전 11시 삼성SDI 수원공장. 이곳 브라운관 공장은 청소가 진행 중이었다.
매주 수요일 이 시간대는 무조건 청소를 하는 시간.
"청소도 6시그마로 상징되는 경영혁신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브라운관은 이물질이 있으면 안되거든요. 청소는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필수 작업 중 하나입니다" 윤주현 부장은 하잘 것 없이 생각하는 청소도 혁신대상이라고 했다.
이 공장은 올 하반기부터 공장장도 직접 청소에 나서고 있다.
혁신을 하는데 아래위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공장벽 한켠에 공장장의 청소일지가 간부 직원들의 청소일지와 나란히 걸려있다.
청소 한 분야에 대한 개선작업만봐도 '참으로' 야무졌다.
공장 한 사무실에는 공장 직원들이 개발했다는 청소 도구가 가득 쌓여 있었다.
공정별 특성에 맞도록 제작된 청소도구.
공장 관계자는 끝났을 것 같은 청소 얘기를 계속했다.
청소 도구 경진대회까지 개최, 좋은 청소도구를 만든 직원에게는 상을 준다는 것. 그는 청소를 비롯, 무엇이든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이 공장은 도요타자동차처럼 '좋은 생각 좋은 품질'이란 문구를 걸어놓고 있었다.
근로자 스스로 개선에 참여하도록 한 것. 공장 벽면 곳곳에 사원 동아리의 개선활동 및 성과가 가득 게시돼 있고 공장장의 격려 메시지도 덧붙여져 있었다.
한 켠에 붙은 개선 활동표를 보니 공정 과정에서 떨어지는 이물질인 쇠가루 제거법 개선 사례가 있었다.
재료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쇠가루를 제거하기 위해 설비 내부에 자석을 붙였다는 것. 이 아이디어도 현장 직원이 냈다.
근로자 스스로 개선활동을 벌여 현장의 문제는 현장에서 개선되고 있는 것.
이 공장엔 군부대를 연상케할만한 '문구'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생존!' '독자생존' '당신은 오늘 중국을 이기기 위해 뭘 했습니까'. 공장 내부 곳곳에 걸린 문구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를 독려하는 것 같았다.
"2000년 이 곳 2개 라인이 중국으로 이전했습니다.
근로자 스스로 개선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 해 '당신은 오늘 중국을…'이라는 문구를 달았습니다" 이 공장 관계자는 절박한 심정이 없다면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삼성SDI의 경영혁신은 단순히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더라도 일단 검증, 품질에 영향이 없느냐는 정확한 통계적 분석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채택하되 개선 아이디어가 빠른 시간내에 모든 공정에 뿌리내리도록 한 뒤 계속적인 관리 감독을 한다.
이 회사는 개선 활동을 총괄하기 위해 '6시그마(Sigma) 아카데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끊임없는 개선을 이끌어주는 기관차와 같은 존재. 교육을 통해 조직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무엇이든지 체질화되어야 경영혁신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몸에 익어야 경영혁신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죠. 다른 삼성 계열사와 달리 SDI는 개선을 체질화하고 있습니다" 박성칠 경영혁신본부장은 조직 전체가 항상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삼성SDI는 '6시그마'라로 통칭되는 경영혁신운동을 통해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6시그마 덕분에 올 해 불량제품과 반품 등의 비율이 지난 1999년에 비해 1/5로 줄었다.
이 회사는 1, 2년내로 '무결점'을 이룰 목표를 가지고 있다.
6시그마는 삼성SDI를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기업의 대열에 올리고 있다.
연간 매출이 7조원에 이르는 이 회사는 브라운관 뿐만 아니라 LCD, PDP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비롯, 뒤늦게 뛰어든 이동전화 배터리 사업에서도 단숨에 세계 3위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수원.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삼성SDI 공장의 내부 곳곳에 '당신은 중국을 이기기 위해 오늘 뭘하겠는지'를 묻는 문구들이 걸려 있다. 세계 1위를 향해 절박한 심정으로 개선활동을 벌이자는 메시지이다. 경기도 수원. 박순국기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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