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모동면의 모동의원(원장 김지선.72)이 개원 33년 만인 28일 문을 닫았다
김 원장이 모동의원을 개원하고 이 지역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 7월. 이웃한 화동면에서 공의로 근무하던 친구 권소붕(1985년 작고)으로부터 "무의촌인 모동면에서 주민건강을 돌보는 봉사자가 되라"는 권유를 받고서다.
평양이 고향으로 평양의학전문학교를 졸업(1950년)한 김 원장은 한국전쟁 당시 대학 친구였던 권씨와 함께 1.4후퇴때 월남해 이곳에 정착했다.
모서.화동.화서.화북면 등 상주지역에서 '중화지구'로 부르는 중화 5개면은 상주시내에서 30㎞ 이상 떨어진 오지다.
화동면에 작은 의원이 하나 있었지만 18년 전 문을 닫았다.
5개면 주민들의 주치의는 모동의원의 김 원장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5개면 주민들은 모동의원을 '우리 병원'으로 불렀다.
김 원장은 "개원할 때만 해도 5년 정도 진료한 뒤 떠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인정에 이끌려 33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모동은 제2의 고향"이라고 회고했다.
모동의원 개원 당시에는 먹을 것조차 부족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병원을 찾는 주민도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김 원장은 "포장도로는 물론 차량도 없는 오지여서 50㏄ 오토바이에 의지해 밤 낮없이 왕진을 다녔다"고 했다.
김 원장이 '제2의 고향'을 떠나는 것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진료를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민 이인봉(65)씨는 "모동의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민 모두가 섭섭해하고 있다"며 "김 원장은 환자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보살폈고 부모처럼 푸근하게 대해준 분"이라고 했다.
모동면 체육협의회 회장 이우종(60)씨는 "모동면을 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적극성을 보였고 불우이웃들에게 무료진료를 해주는 등 봉사와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어른"이라며 "김 원장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모동면사무소를 비롯해 체육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유도회 등은 "남다른 봉사 및 희생정신으로 지역의료 발전과 사회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며 28일 김 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상주.박종국기자 jk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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