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한국인 피살 이후...파병 전망과 대책

파병규모와 부대의 성격, 파병시기 등을 놓고 미국과 막바지 협의를 벌이고 있던 정부와 청와대는 30일 밤 이라크에서 한국인 피격소식이 전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정확한 사실 확인에 나서는 한편, 1일 새벽 이종석 NSC 사무차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청와대는 1일 오전 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후속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필요하다면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교민안전보호대책과 이라크 파병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열리는 NSC상임위원회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테러가 한국을 표적으로 한 것인지 우발적인 사건인지를 판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우선 정확한 상황파악과 정보를 알아야 한다"며 "한국을 표적으로 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 보좌관은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교민안전문제"라며 "신고하지 않고 위험지역에 나가 있는 민간인이 상당수 있는 것 같은데 이들에 대한 신변안전보호대책마련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동안 테러에 대해서는 다같이 우려를 표명해왔고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군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테러로 민간인 테러는 더더욱 용납돼서는 안되는 비인도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부상자들의 치료와 사망자 운구 및 장례에 각별히 협조하고 재외공관 재외교민보호에 대한 각별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번 민간인피격 사건이 한국군의 이라크파병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부관계자들은 상황파악을 먼저 한 뒤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이라크 파병결정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 대통령이 지난 27일 방송토론에 출연, "이라크 파병문제는 역사적 평가보다는 북핵문제 등 현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듯이 오는 17일 북핵6자회담이 예정돼있고 한미동맹관계를 고려할 경우, 파병방침을 번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해졌기 때문에 재건위주로 구성하려던 파병부대구성방침이 파병부대원의 신변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혼성부대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자체 경비성격의 전투병을 늘리는 쪽으로 부대를 구성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파병반대여론이 거세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파병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질수록 정부로서는 여론을 설득해야한다는 점에서 파병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나거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다. 그럴 경우 파병과 관련한 혼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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