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검법 3당 다시 뭉치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로 불거진 재의(再議)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1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마련한 4당 총무회담을 계기로 특검법안 재의가 전격 추진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이날 총무회담에서 '식물 국회'를 타개하기 위해 특검법안 재의를 위한 직권상정 강행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1일 오전 대표취임 인사차 엿새째 단식 중인 최병렬 대표에게 국회 정상화와 특검 재의를 촉구했으며 자민련 역시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특검법안 재의에 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에 쏠리는 눈길=한나라당 내부에선 "민주당과 자민련 양당의 재의공조가 확실하다면 전격적으로 국회 등원과 재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진작부터 흘러 나오고 있다.

야 3당의 의석수를 전부 더할 경우 219석이나 된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47석)이 전부 반대한다 해도 재의 의결선(182석)을 가볍게 넘어서기 때문이다.

또 "특검은 물고 늘어지더라도 국회 등원은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물론 한나라당이 당장 재의를 꺼낼 처지는 아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이날 '특검쟁취 국민대장정 정치개혁 나라살리기' 중앙당 및 서울시지부 발대식에서 최 대표와의 동조 단식을 선언했으며 오는 4일까지 전 지구당별로 릴레이 농성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30일 최 대표를 찾아 "(노 대통령이)국정 쇄신책을 구상 중"이라며 단식 철회를 종용했고 민주당 조 대표도 1일 국회 정상화를 요구, 절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최 대표와 이 총장의 강경투쟁 한켠에선 홍사덕 총무와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이 해빙무드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홍 총무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자민련이 당론 찬성을 정하면 당에 돌아와 (재의 추진을)설득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홍 위원장 역시 "야 3당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철회하도록 요구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야 3당이 재의를 합의해서 통과시켜야 한다"며 재의추진 입장을 밝혔다.

◇재의 공조 '확약'이 전제=홍 총무는 1일 4당 총무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에 대한 야 3당 공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민주당과 자민련이 특검법 재의 입장을 공식화하더라도 표결에서 확신이 서야 한다는 것이다.

홍 총무는 "재의 표결에서의 반란표가 생기지 않도록 민주당과 자민련이 확실한 입장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해 재의 당론 확약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자민련은 '선 국회 정상화, 후 특검법 논의'라는 입장이다.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다면 야 3당간 사전특검법 재의협상은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예산심의와 국회일정에 무조건 복귀해야 하고 민생을 더이상 외면해선 안된다"며 "특검문제는 국회가 정상화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정우택 정책위의장도 "현 정국을 푸는 방법은 특검 재의결밖에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 특위 무산에 따른 감정탓에 당론투표는 유보적이지만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찬성쪽"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의장이 특검법에 대한 4당 총무 간 재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특검법안 재의의 직권상정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참여 없이는 직권상정의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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