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델하우스가 '나긋나긋'

요즘 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면 예전과 풍경이 크게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문을 여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청약인파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루면서 청약접수를 위해 수백m에서 수㎞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집의 평면과 품질을 살피기 위한 내부 구경은 인파에 밀려 제대로 살필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10월 접어들면서는 실수요자들 위주로 모델하우스 탐방객이 찾아들면서 하루종일 한산한 분위기다.

그리고 분양사 측에서는 탐방객들을 종전에 "청약하려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빨리 나가라"는 식의 태도에서 "기다리시면 좋은 층과 향을 빼 드리겠다"면서 정중하게 안내하는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실수요자들이기 때문에 계약률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과 가격 등을 꼼꼼히 설명해주는 등 '고객'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종전에는 수억원대의 고가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 비닐에 담아들고 다니는 어색한 모습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신발을 벗어둔 채로 다녀올 수 있도록 하고, 따뜻한 차 한잔과 선물도 꼭 챙겨준다.

이렇듯 분양시장에 투기세력이 빠져나가면서 실수요자들이 이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상복합시장에서는 간간이 청약인파 착시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모델하우스 문을 연 화성산업의 한 주상복합에는 청약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어 1.7 대 1의 청약률을 나타냈으나 막상 뚜껑(계약결과)을 열어보니 실망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요즘 분양시장에서는 실수요자 가리기가 여간 쉽지않다는 게 분양업체 측 얘기다.

분양업체들은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 분양시장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가 시장패턴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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