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진석타워에서 '함께하는 주부모임'(회장 김경숙)이 개최한 15주년 기념식 및 제4회 장한 딸.사위 시상식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줬다.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장한 딸, 사위로서 '효'를 실천해온 보통 사람들의 미담이 빛을 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함께 하는 주부모임'은 며느리의 시부모 모시기는 당연시되지만 사위가 처부모를 모시면 처가살이라고 폄훼하는 문화가 아직도 팽배한 사회에서 양성평등한 가족문화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장한 딸.사위 시상식을 갖고 있다.
▨장한 딸 시상자 최소영씨
딸만 일곱인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난 최소영(37.대구시 산격2동)씨는 어릴 때 뇌막염의 후유증으로 청각을 잃은 장애인이면서도 자신의 일을 당당히 하는 여성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장애로 인해 외롭고 힘든 일상을 살고 있지만, 늘 감사하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역시 청각장애자 남편과 결혼해 남매를 두고 있는 최씨는 자신도 말을 못 하지만 말 못하는 아들과 딸을 둔 시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며 정성을 다해 섬겨 주위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시어머니가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실 동안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한 그녀는 시어머니와 목욕도 같이 다니고 시장도 같이 보고 음식도 배우려고 애쓴 딸같은 며느리였다.
제과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1년 정도 빵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팔다가 마음의 상심만 얻고 일을 그만 둔 최씨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나오는 빨래를 빨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나면 힘이 들어 파김치가 될 지경이지만 퇴근하면 친정집 저녁식사 준비를 해주고 다리가 아픈 친정 어머니의 시중을 든다.
좌골신경통에 디스크,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에게 수화로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 그녀를 어머니는 "다른 딸 6명보다 훨씬 낫다"고 좋아하신다.
최씨는 적은 돈이지만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친정 부모님께 용돈도 꼬박꼬박 드린다고 한다.
동생 최기영씨는 "형편이 어려워도 돈 없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항상 싱글벙글 웃는 언니는 겉모습이 쭈글쭈글하고 뚱뚱하지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아주 소중하고 산소같은 사람"이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경북실업전문대학 의류학과를 졸업한 청각장애자 1호 졸업생인 최씨는 현재 새길 전문학교에서 봉제와 자수를 배우고 있으며 장래에도 자수미술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장한 사위 시상자 이오식씨
27세에 무남독녀와 결혼한 이오식(79.대구시 효목2동) 할아버지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젊어서 혼자되신 장모를 결혼하면서부터 지난 4월까지 53년간 모셨다.
"홀로 되신 장모님을 모시는 것도 나의 업보가 아니겠느냐"며 당연한 도리라고 말하는 이 할아버지. 어른이 큰 방에 계셔야 한다며 안방에 장모님을 모시고 곁방에 거처하면서 함께 사는 며느리와도 일을 나누지 않고 장모를 돌보는 일을 혼자서 감당했다.
지난 2000년 넘어져 엉치뼈가 부러진 장모는 수술을 받고 거동이 불편했지만 이 할아버지는 전혀 불평없이 대소변을 받아내고 간호를 했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욕창이 생겨 힘들었지만 2시간씩 걸리는 소독도 손수 감당했다.
때론 까다로운 성격의 장모 때문에 아내가 불평을 해도 "어른 마음을 불편하시게 하면 안 된다"고 오히려 아내를 타이를 정도였다.
몸소 효를 실천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아들은 직접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할아버지의 손자는 할머니와 한 방에 기거했다고 한다.
"장모님이 욕창이 심한 날은 나도 온 몸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별 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모님께서 돌아가시는 날 내 몸의 통증도 없어졌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장모의 사후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사찰에서 49재를 올려놓고 집에서도 동시에 49재를 모시기까지 했다.
시, 구청 담당자들이 할아버지의 효행을 소개하려 했지만 "모범된 일이 아니라 자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은 "친딸보다 사위가 더 잘 한다" "자기 부모한테도 그만큼 잘 할 수 있을까"라며 칭찬이 자자하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