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대구의 공연장은 외형적인 면에서는 놀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과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쓸만한 공연장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풍요속의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구의 공연장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수적인 측면에서 대구의 공연장 인프라는 국내의 여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대구문예회관과 시민회관 등 대규모 공연장이 있는 대구에는 지난해에 대구학생문화센터가 문을 열었으며 8월 7일에는 전국 유일의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했다.
남구 대덕문화의전당과 서구문화회관, 북구문화예술회관이 1998, 99년에 각각 개관했으며 중구와 동구.달서구 문화회관도 내년중에 완공될 예정이고 수성구 문화회관도 내년 4월중 착공된다.
그러나 이들 공연장 가운데 특화된 곳은 대구문예회관과 대구오페라하우스 두 군데 밖에 없으며 다른 공연장은 '거기서 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지 및 교통여건, 공연장 이미지가 좋은 대구문예회관 등 일부 공연장에 대관 신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나머지 많은 공연장은 연중 상당 기간 동안 시설을 놀리고 있다.
구민 문화회관의 경우 시 차원의 통합적인 마스터 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각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 나머지 정체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일부 구민문화회관의 경우 무대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음악회 이외의 다른 공연은 거의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입지나 시설, 이미지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대관 수요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다 보니 적지 않은 구민 문화회관이 공연 기획 또는 대관 보다는 문화.취미 강좌 중심의 운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야외음악당의 경우도 대구에 코오롱야외음악당을 비롯해 대구문예회관, 대덕문화전당, 북구문화예술회관, 서구문화회관에 지어져 있지만 상당수 공연장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 수요와 공급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구색 갖추듯 경쟁적으로 공연장만 지은 결과다.
대구시향의 한 관계자는 "공연장마다 개성이 없는 상황에서 입지 여건이 나쁜 공연장이나 특히 구민회관같은 곳의 경우 예술인들이 무대에 서기를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며 "공연장들이 연극.실내악.성악 전용관 등으로 특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극인은 "연극인의 입장으로서 장기공연을 할 소극장 무대가 너무 없다"면서 "비슷한 성격의 중규모 공연장을 양산할 것이 아니라 150석 내외의 소공연장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인 이필동씨는 "1천석 이상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 작품을 올려 관객을 제대로 동원할 수 있는 예술단체가 지역에 몇 있겠냐"며 "500~600석 규모의 특화된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구의 공연장들이 무분별하게 대형화로만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달리 다른 한켠에서는 초대형 공연장이 없어 대구에는 '큰 공연'이 비껴 간다는 이율 배반적인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경북대 대강당(2천96석)의 경우 고정 좌석수 기준으로 대구에서 가장 크지만 학교 수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평일에는 대관을 하지 않고 있다.
공연기획자 ㄱ씨는 "대구시가 1980년대 대구문예회관을 당초 2천석 이상 규모로 건립하려 하다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1천석 규모로 축소해 지었다"면서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이같은 행정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공공 공연장들이 관할 주체가 다른 점도 특성화의 걸림돌이다.
대구문예회관과 오페라하우스는 대구시가 문화예술과가 감독부서이지만 꾀꼬리극장은 청소년과, 시민회관은 대구시 시설관리공단, 구민문화회관은 각 구청이 관할하고 있다.
통일적이고 유기적인 관리와 특성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는 명쾌한 목표 설정과 시민들의 문화 욕구에 대한 조사.분류작업을 하고 문화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린 뒤 공연장 확충 및 운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상훈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공연장을 더 짓는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
시 재정 여건상 장르별로 특화된 공연장을 모두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2015년을 목표 연도로 하는 대구시 문화발전 장기계획이 내년에 수립되면 시민들의 문화수요에 더 많이 부합되는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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