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들이 TV를 통해 현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연세에 비해 매우 건강해 보이는 당당한 모습과 현란한 말솜씨는 물론 해박한 지식으로 패널들을 쩔쩔매게 하는 능수능란한 재주는 탄성을 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혼돈스런 정국을 풀어 줄 해법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그들은 과연 희망을 선사하였는가?
4당 대표들은 모두 하나같이 오늘의 상황이 큰 위기임을 인식하고 대선 자금으로 불거진 정치상황에 책임을 크게 느낀다는 수심가를 들려주었다.
그 반면에 노 대통령은 "지금 한국만큼 희망 있는 나라도 별로 없다"는 식의 태평가를 불렀다.
그 수심가와 태평가는 가락은 달랐지만 가사는 똑 같았다
즉, 위기가 곧 기회이니 지금부터 정신차리면 되고, 이제 제도만 바꾸면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말이다.
지금은 극치에 달한 혼란 정국에 대하여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깊이 헤아려야 할 때이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을 위한답시고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고, 정권을 잡고 나면 허구한 날 개혁한다고 제도를 바꾸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가. 우리는 TV대담에서 지난 과거를 참회하고 반성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에 대해 성의조차 읽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양심과 법을 내버린 채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위해 권모와 술수만 부린다면 제도를 백 번 바꾼들 우리 국민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떤 영국인이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오래 전에 한 망언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양떼처럼 순량한 이 국민들을 위해 왜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못하는가. 우리 국민과 정치인 모두가 각성할 일이지만 정치인이 먼저 석고대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지도자에게 간절한 소망 두 가지를 전한다.
첫째, 정치인은 바른 일을 해 주기 바란다.
정치(政治)의 政이란 글자는 正(바름)과 支(채찍), 즉 진리와 권력을 뜻한다.
따라서 政은 바른 정치인이 바르지 못한 인간을 덕으로 교화하거나 권력으로 다스려서 바른 인간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공자는 '정자(政者)는 정야(正也)라 하고, 상자(上者)는 민중의 사표(師表)다.
사표가 바르면 누가 바르지 않으리요'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고, 국민에게 학식과 덕행으로 모범을 보이면 국민도 그에 따라 바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덕으로 다스리는 것이 법으로 다스리는 것보다 우선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덕치정신을 노 대통령과 최 대표가 발휘했다면 '특검사태'로 빚어진 소위 개와 고양이와 같은 앙숙관계도, 국정마비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데 관용으로 충분히 감싸안을 일을 법리를 앞세워 거부한 것은 권력만 휘두르는 법치만능의 처사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거부된 특검법을 때를 보아 재의결 하면 될 일을 단식을 앞세워 극한 투쟁하는 모습도 국사를 팽개친 망동으로 매도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정치인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권력만 휘두르는 법치를 넘어 덕으로 교화하는 덕치에 힘쓸 때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정치인은 선(善)한 일을 해 주길 바란다.
政治의 治라는 글자도 水(물)와 台(대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치인은 물의 성질을 본받아서 국민을 다스리라는 것이 治의 본 뜻이다.
노자(老子)는 물은 최상의 선과 같음(上善若水)을 말하면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는 점을 들어 물은 도(道)에 가깝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이러한 도로써 정치를 한다면 세계에서도 제일가는 민주주의가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선한 일을 하는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다.
권력의 핵심자리에서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르던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서도 돈 한 푼 안 받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나, 퇴직 후에 자기 혼자 잘 먹고 편안하게 살려고 수천 억 원을 착복한 전직 대통령의 후안무치를 생각하면 악마들이 날 뛰는 곳이 정치판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제는 정치지도자들이 우리의 소망인 바르고 선한 정치(正善政治)를 펼쳐주었으면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도 바르고 착한 인간으로 거듭날 각오를 할 것이며, 멀지않은 날 이 땅에서 소담스럽게 핀 민주주의의 장미꽃을 보며 즐거워할 그날이 오게 될 것이다.
김복규(한국정부학회장.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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