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임강연 갖는 대구가톨릭대 정달용 교수신부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 위치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것을 해야만 '내가 내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일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목처 강당에서 퇴임강연을 하는 대구가톨릭대 정달용(64.요셉) 교수신부. 일생을 믿음으로 살며 29년간 철학 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을 쏟아온 정 신부는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이 인격(人格)입니다.

인간은 인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가 바로 '인격'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인격이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벌어지는 사건입니다.

즉 되어가야 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어 정 신부는 "예술가는 그가 창작한 작품 속에서만이 예술가로서의 고유한 모습을 발견하고, 정치가는 그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부여한 국가 속에서만이 비로소 정치가로서의 자기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발견한다"며 "이처럼 모든 인간은 꼭 해야 할 일에 충실해야만 인간이 되어간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경쟁사회를 사는 탓인지 요즘 젊은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차분히 생각을 하지 않고, 철학을 등한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학 등 사상에 관한 책이 별로 안나오고,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도 않습니다.

여기에는 책을 쓰는 사람들의 책임도 있다고 봐요. 책을 쉽게 써야 하고, 우리 말을 잘 다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소수자만 알아듣는 책이 적지 않습니다". 이어 "철학은 개념의 장난이 아니라 삶 속에서 나오는 얘기이며, 삶이 묻어나야 한다"며 "철학은 삶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세철학 연구의 권위자인 정 신부는 "중세는 종교와 삶의 통합시대인 반면 르네상스 이후 수백년 동안은 종교와 삶의 분리에 치중했다"며 "그러나 그 결과 이 시대의 철학은 인간의 가장 깊은 정신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중세 전반에 관한 책이 쏟아지는 등 암흑기로 치부했던 중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참된 인간성의 실현, 지성과 영성의 조화란 측면 등에서 중세는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철학과 인간학, 종교철학, 중세사상, 현대철학자 등에 대한 다양한 논문과 '그리스도교 철학' '젊은이들을 위한 철학' 등의 저서를 낸 정 교수는 한국 중세 철학회 회장, 중세철학 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다.

교수 퇴임의 감회가 따로 없다는 정 신부는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철학자로 그동안 연구한 결과를 '정리'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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