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도심 담장허물기

우리나라 사람은 맹목적으로 아파트를 너무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는 화단과 뜰이 있어 자연친화적인 단독주택 보다는 삶의 건강성이란 측면에서 좋지 않는 것이 분명한데도, 편리성을 이유로 너도나도 아파트만을 찾는다.

그래서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 군단위 지역에도 십수층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전국토가 정체성 없는 삭막한 콘크리트 회색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대구 도심 담장허물기 운동은 이같은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도시에 푸르름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병원, 학교, 행정기관의 담을 허물고 그 자리에 가로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도시공간에 숨통을 틔우고, 녹색의 생기를 불어 넣었다.

뿐만 아니라 담을 허문 단독주택은 몇뼘 안되는 작은 공간의 개방에도 주변 골목길을 한층 여유가 있고 밝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지난 1996년 대구 서구청, 경북대 치대병원 담장허물기로 시작된 대구시의 담장허물기 사업은 그동안 241곳의 담장을 허물어 6만8천여평의 녹지공간을 새롭게 조성하는 성과를 냈다.

전국 최초로 시도된 이 사업은 도심녹화의 새로운 시도로 인정받아 전국 지방자치단체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으며, 조경 우수 사례로 손꼽혀 고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었다.

이 사업은 현재 경북도내 중소도시는 물론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도심 담장허물기 사업이 정작 대구에서는 예산이 깎여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대구시는 내년 예산에 고작 6천만원을 편성, 가정집 20곳의 담장을 허물 계획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내년도 6억원을 들여 남부경찰서, 경북여고, 대명천주교회 등 3곳의 공공건물 담장을 허물기로 했던 당초 계획이 무산됐다.

더욱이 내년도 공공건물 담장허물기 사업비를 마련 못하는 바람에 2008년까지 북구청, 남구청, 경대사대부고 등 14곳의 담장허물기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벌이던 사업이 이처럼 축소된 것은 긴축재정을 이유로 올해 초부터 예산이 6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대구시의 재정압박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재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이고 비전있는 사업이라면 다른 부문의 예산을 줄이더라도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

10~20년후 담장허물기 사업의 효과로 나타날 '녹색의 도시 대구'를 염두에 둬야 한다

대구시는 내년 추경편성에서라도 예산을 확보, 담장허물기 사업을 지속시켜야 할 것이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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