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 세상이 살기 좋아지길 바란다.
세상이 그렇게 바뀔 것이란 희망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조직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기 위해선 그 구성원들부터 바뀌어야 하는 게 순서다.
'나 하나'가 아니라 '나부터' 바뀌어야만 한다.
개혁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 공무원들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최근 이 지역 공무원들은 지방분권이니, DDA/FTA니 하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내고 있다.
곳곳에서 저항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들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그들이 변화의 촉매제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농촌체험관광마을로 꼽히는 남해 다랭이마을에서 만난 김호성 청년회장의 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농촌체험관광마을의 첫번째 성공요인은 담당공무원이 먼저 이 사업에 미쳐야 한다는 겁니다.
공무원이 미친 듯 일에 매달리다보면 한 두사람의 마을사람들이 같이 미치게 되고 결국 전체 주민으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이때까지 '철밥통' 공무원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나'는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있으면서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만 앞섰다.
개혁의 주체는커녕 개혁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 사회가 조용히 바뀌고 있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
승진시험 공부가 아니라 업무와 연관된 지식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WTO/FTA농업대책팀'이 정식 발족되기 직전인 지난달 경북도청 농수산국 직원 15명은 소모임을 가졌다.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앞두고 이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추기 위한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WTO/FTA농업대책팀' 이하윤씨의 강의와 참가자들의 토론이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자발적인 모임인 만큼 분위기도 진지했다.
강의 이후엔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경북도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대해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도 벌였다.
"어렴풋했던 농업개방 관련 지식들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됐다"는 한 참석자는 "책으로 익히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공부하는 모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은 바람들이 모여 태풍이 되는 법. 이런 작은 변화의 바람들이 자꾸 불어오기를 기대한다.
이런 변화의 바람 속에서 나오는 작은 아이디어일지라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단체장을 기대해본다.
그래야 공무원조직도 활기를 띠게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쪽에선 150억원을 줬느니 받았느니 '개혁의 대상'에 대한 말이 많아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개혁의 주체'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공무원들을 이제 더 많이 본다.
그래서 이 세상이 바뀔 것이란 희망도 가지게 된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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