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한판 붙을래! 네가 할리우드야? 난 한국영화야…".
11월 5일과 12월 17일의 공통점은? 바로 한국영화 두 편이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장을 뜨는 날. 1차전이었던 지난달 5일은 '매트릭스3-레볼루션'이 '영어완전정복'에 근소한 차로 판전승을 거뒀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2차전은 어떨까.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은 시리즈 완결편으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화제작. 앞선 1, 2편이 모두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 관객들이 조바심을 느낄 만큼 개봉만을 기다려왔다.
겁 없이 골리앗에 맞선 다윗 같은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이건동 감독)는 어떻게 정면승부를 펼칠까. 코믹스타 파워로 제왕과 진검 승부를 펼치겠노라고 출사표를 던진 '해피 에로…'는 제목처럼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그들의 결투장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제작사 튜브픽쳐스는 최근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좦과 같은 날에 개봉을 확정지으면서 '대한민국 포순이, 할리우드 제왕과 맞장 뜬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반지 시리즈는 지난 2년 동안 겨울 시장을 장악해 온 절대 블록버스터. 지난 2001년 '두사부일체'와 이듬해 '색즉시공'이 반지의 제왕 1, 2편을 맞아 선전했지만, 두 편 모두 '반지…' 보다 1주일 빨리 개봉하는 등 편법(?)을 썼던 것.
그런데 '해피 에로…'는 무얼 믿고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 매트릭스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영어완전정복'때문일까. 도대체 그들의 넘치는 자신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자신감의 근거는 바로 흥행성이 보증된 코믹스타들의 출연이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 촌스런 아줌마 파마로 전국 250만 명을 모으며 흥행 킹임을 각인시켰던 차태현. '위대한 유산'에서 컵 라면을 급하게 먹다 혀를 데자 눈을 질끈 감고, 혀만 쑥 내민 채 혓바닥 위에 노란 단무지 하나를 턱 올려놓고 뜨거움을 식히는 모습으로 전국 200만 명의 배꼽을 빼버렸던 엽기녀 김선아. 이 둘이 만났으니….
여기에다 '미달이 아빠' 박영규의 몸을 던지는 연기까지…. 후문에는 박씨가 자신을 이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으면 대전 유성(영화 촬영지)에 애(?)들을 풀어 촬영을 방해하겠다고 하는 등 반 협박 끝에 조폭 두목으로 캐스팅 됐다고 한다.
촬영을 끝내고 이건동 감독은 "원래 코믹류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원제도 에로 크리스마스였는데…. 워낙 배우들이 에로하고는 거리가 있어서, 크크크. 그래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로 바꿨다"고 말했다.
한 여자의 사랑을 두고 조폭 두목과 경찰이 벌이는 유쾌한 크리스마스 쟁취기는 누구에게 해피엔딩일까.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
'해피 에로…'의 도전장을 받아든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은 어떤 심정일까. '반지…'는 이렇게 한마디를 던졌다.
"위대한 전설의 대단원답게 3시간30분이라는 묵직한 덩치로 승부하겠다.
눈과 귀가 황홀해지는 첨단 시각효과는 왜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반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지난 10월 초부터 인터넷으로 모집한 3차 반지원정대 수가 웬만한 영화의 개봉 관객과 맞먹는 20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 공개한 예고 동영상을 일주일 새 40만 명이나 감상했다고 한다.
그들의 자신감이 절대 오만이 아니었음을 밝혀주는 것이다.
특히 '반지의 제왕좦 3편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게임,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청년 세대의 SF 환타지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반지 시리즈의 결말이 궁금하다고? 프로도 역의 엘리야 우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세요. 책에 다 있습니다.
아니면 영화개봉까지 기다리세요". 퉁명스럽기만 하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너무 밉지 않은가. 그래서 한가지 사실을 털어놓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악의 힘에 굴복한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피터 잭슨이 내러티브의 당위성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사루만의 출연 분량(약 7분 가량)을 삭제했기 때문. 잭슨은 "3부의 악당으로 사우론을 단독 부각시켜 내러티브에 긴장을 주기 위해서 사루만의 출연분을 없애야 했다"고 말했다.
또 한번 배꼽을 잡을 것인가, 신화의 전쟁에 푹 빠질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어쨌든 우리에겐 즐거운 겨울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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