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섬유 선진국과 섬유기계

(재)한국섬유기계연구소가 4일 경북테크노파크내 신축건물에서 준공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에 섬유기계 분야를 추가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이은 한국섬유기계연구소의 준공은 다소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지역사회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섬유를 주력산업으로 지탱해온 대구가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한 궁극적 목표는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벤치마킹' 모델이 된 이탈리아를 비롯한 독일, 프랑스, 일본, 스위스, 미국 등 섬유 선진국들은 모두 한결같이 섬유기계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다품종 소량의 고급 섬유를 생산하고,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첨단기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선진국 기계를 고가로 구입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파는 섬유기계라면 우리의 경쟁상대인 중국이나 동남아 등의 기업도 마찬가지로 구입할 수 있다.

결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우리만의 섬유기계 관련 기술'을 갖추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는 셈이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지역은 기계.금속 분야에 관한 폭넓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

비록 영세하고 기술수준이 낮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섬유기계업체의 60% 정도가 우리지역에 밀집해 있다는 것은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대구의 경우 섬유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계 관련 분야의 수출 증가율은 40~50%를 넘어서고 있다.

더욱이 대구~구미 사이에는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클러스트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대구권은 기계공학과 IT기술이 만나 최첨단 (섬유)기계를 만들어내는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

섬유든 기계든 IT든 산업이든 한 분야의 기술로만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고 효과적으로 융합될 때만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섬유기계연구소의 준공이 우리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구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석민(경제부)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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