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시 재수 "할까 말까"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많은 수험생이 재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수능시험에서 평소 모의고사만큼의 점수를 받지 못했거나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수험생들로선 단판승부에 실패한 억울함이 너무나 클 것이다.

당연히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몇 년 째 재수생들이 수능시험에서 초강세를 보이며 상위권 대학이나 의학계열을 휩쓸다 보니 '나도 재수하면 성적이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도 고3 수험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고3 수험생 시절에는 내년부터 7차교육과정에 의한 2005학년도 입시제도가 새롭게 도입돼 재수하면 손해본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재수를 염두에 두고 들여다 보니 별 차이가 없는 걸 발견하고는 한 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 경우도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시모집이란 기회는 엄연히 남아 있는 상황. 고3 담당 교사들은 "재수를 하더라도 내년 경험을 위해 원서를 내고 전형에 참가해보는 게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정시를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입시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본다.

▲재수생 증감 실태와 전망

재수생 수는 96학년도를 기점으로 99학년도까지는 매년 줄어들었고 2000학년도부터 다시 늘어나다가 2002학년도부터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99학년도까지 재수생 수가 줄어든 이유는 당시 상위권 대학에서 특차모집을 확대하고 정시모집에서 실질적인 복수지원 기회가 늘어나 고득점 수험생들의 탈락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2000학년도와 2001학년도에 재수생 수가 늘어난 것은 수능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한두 문제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수험생이 많았던 까닭이다.

2002학년도 이후 재수생 숫자가 다시 감소한 것은 수시모집과 각종 추천제 등이 확대되면서 재수생이 불리하리란 견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험생 숫자의 감소도 크게 작용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른바 반수(半修)가 유행하고 있다.

대학에 일단 등록한 뒤 혹은 한 학기를 다닌 뒤 휴학해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것이다.

대부분이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이다.

재수생 강세의 한편에는 이미 전년도에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던 상위권 수험생들의 반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수냐 반수냐

현재 고3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는 반수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족할 만한 수능 점수를 받은 건 아니지만 일단 대학에 합격한 뒤 재수를 하는 게 안전하리란 생각에서다.

그동안 반수생들의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5학년도 입시는 7차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몇 가지 과목만을 택해 수능을 치르기 때문에 지식의 폭보다는 깊이를 평가하는 시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반수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수능의 통합교과적 요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통합교과적인 문제는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췄을 때 풀이가 한결 쉽기 때문에 대학 생활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수능에서는 이런 유리함이 크게 줄어들 것이고 결국 반수의 성공률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수를 하려면 반수를 염두에 둘 게 아니라 처음부터 뛰어드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려면 투입돼야 할 시간도 그만큼 더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반수생들의 성공 가능성은 알려진 것보다 낮다고 입시전문가들의 분석한다.

가장 큰 이유는 수능시험 이후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많이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전년도에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과 정보를 되살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시에는 반드시 도전해야

재수는 성공 확률이 대단히 낮다.

학원 관계자들은 전년도보다 수능 점수가 올라가는 비율이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년도 점수만큼 나오는 비율도 40% 정도이고 절반 가까이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일단 다가온 정시모집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 책을 붙잡고 재수 각오를 다지는 것은 어리석은 자세. 이래서는 재수를 한다고 해도 끝까지 버티기가 어렵다.

재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전년도에 한 공부를 다시 할 경우 집중력과 끈기를 갖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일찍 마음만 앞세운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또한 특정 영역이 특별히 약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수험생의 경우 가급적 재수를 피하는 것이 좋다.

내년에 갑작스럽게 해당 영역의 실력을 올린다는 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입시는 응시 과목 수가 줄어드는 대신 깊이 있는 지식과 사고력을 요구한다.

인문계열에서 언어영역, 자연계열에서 수학이 약했던 학생은 특히 유념해야 한다.

결국 재수는 내년에 자신이 응시해야 할 전 영역에 자신감이 있는 경우나 올해 수능에서 특히 실수나 오류가 컸던 중상위권 학생들이 정시모집 전형 후에 진지하게 고려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셈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2004학년도 대학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된 2일 오후 중위권 수험생들의 성적상승으로 대입 정시모집에서 극심한 혼전이 예상되자 대구고등학교 진학지도교사들이 입시지원전략을 수정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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