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밑질게 뻔해" 겨울 하우스농사 포기 속출

주요 시설채소단지의 비닐하우스가 텅텅 비고 있다. 계절을 거꾸로 살며 억척스레 일하던 농민들이 손을 놓고 있다. 시설채소재배가 겨울철 농가 주수입원이란 것도 옛말이다. 기름값은 폭등했지만 시설채소 값은 소비 부진으로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져 밑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의성군 봉양면 안평2리 시설채소재배단지. 7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젊은 농민 7명이 오이가 주렁주렁 달려 멀쩡해 보이는 오이덩굴을 걷어내고 있었다. "아직 석달 더 오이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서둘러 철거하려니 가슴이 미어 터집니다". 3, 4년전 만해도 5만ℓ정도의 면세유를 배정받았던 주인 박진철(50)씨는 올해는 60%가 줄어든 2만ℓ만 배정돼 겨울농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일반 기름을 구입해 하우스 난방을 할 경우 겨울농사를 계속 지을 수는 있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을 감당할 여력도 없고 그렇게 농사를 지어서는 밑질게 뻔해 포기하고 말았다. 겨울농사를 포기하면서 하우스마다 냉해로 시들고 얼어 죽은 오이가 안타깝게 버려져 있다.

영양군 최대 비닐하우스단지인 입암면 방전리의 경우 마을 전체 200여동의 하우스 중겨울농사를 짓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임종원(56)씨는 지난 가을부터 600평 하우스에 풋고추와 오이를 재배했지만 난방을 제대로 못해 오이는 벌써 얼어죽었다. 풋고추도 가격폭락으로 포기했다.

영양군청 우병록 특작담당은 "군내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20ha에 달하지만 수비면 지역 일부 농가의 상추재배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비어있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안동시 일직.풍천면의 시설채소단지에도 찬바람만 을씨년스럽다. 60여동의 시설채소 하우스에서 오이와 호박을 재배하지만 농가들은 불안한 마음에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지난 9월 하우스안에 묘종을 옮겨심어 막 열매를 맺기 시작했지만 보온을 이중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지하수를 퍼올려 수막을 만들어 주는 방법에 의존하다 보니 혹한에 언제 얼어버릴지 노심초사다.

류영호(45)씨는 "겨울철 오이와 호박 수확 기간은 6개월 정도지만 수막보온의 한계로 대략 3개월 정도 수확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별 소득도 없지만 하우스를 그냥 놀리지 못해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장영화.정경구.이희대기자

사진:의성군 봉양면 안평2리 시설채소재배 농가들이 기름값 부담 때문에 보온을 제대로 못해 한창 수확중인 오이덩굴이 얼어 죽자 허탈해 하며 뽑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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