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원(43)씨는 한창 나이인 마흔에 직장생활을 접었다.
봉급쟁이들에게 국내 최고 기업으로 손꼽히는 KT에서 '명예퇴직'을 한 것.
그는 외환위기 이후 잇따라 터져나온 '퇴직 압력'을 생각, 당할 바에야 빨리 당하자는 마음을 먹고 명퇴를 신청했다.
그리고 3년. 신씨는 해물탕집 사장님으로 변신, KT에서 자신이 받았던 연봉을 뛰어넘고 있다.
월 매출은 5천여만원. 신씨의 순수입으로 잡히는 돈은 월평균 1천만원이 넘는다.
연간 억대를 버는 셈이다.
"제가 나올 때 연봉이 4천500만원 정도 됐어요. 그 때보다는 많이 벌죠? 빨리 나가자고 결심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는 올 가을 KT의 대규모 인원정리 소식을 또 들었다며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2000년 당시 함께 나왔던 동료들의 지금 처지가 '뻔하기' 때문이다
"잘된 동료들은 거의 없어요. 90%가 예전보다 낮은 임금 수준에다 아예 노는 사람도 많아요. 봉급쟁이들이 이 험한 세상에 나와서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직장은 온실이었죠. 찬 바람이 부는 온실 밖에서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는 봉급쟁이들도 준비를 해야한다고 했다.
자신이 잘 하는 것, 취미삼아 해왔던 것 등을 생각, '뭔가'를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퇴직은 곧 사형선고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자취를 오래 해서 밥을 직접 짓고 요리도 많이 해봤어요. 고민끝에 퇴사 1년전부터는 요리 공부를 하러 다녔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희망퇴직이 계속됐거든요. 언젠가 나가야한다면 벌벌 떨지만 말고 공부부터 하자고 생각했죠".
현재 있는 가게는 1억2천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220만원. 그는 명퇴금 1억원을 받았었다.
가진 돈으로 창업한 셈.
"일단 내 가게를 차리면 열심히 해야합니다.
열심히하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회 뜨는 법을 배우러 다닙니다.
해물탕집 잘되는데 왜 또 배우느냐고요?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항상 배우고 있어야합니다.
언제라도 써먹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는 새벽 3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고 다시 아침부터 일한다.
주말, 휴일도 없다.
또 틈틈이 창업성공 사례 강연을 들으러 다니고 요리도 배운다.
매일매일 일정이 꽉 차있다.
"직장생활 할 때요? 지금하고 비교하면 땅짚고 헤엄쳤죠. 창업을 하면요,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고 직접 해야합니다.
저는 6개월동안 제 스스로 주방에서 요리를 익혔습니다.
직장생활 때처럼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면 그대로 끝입니다".
그는 밑반찬도 바로 요리한 것을 손님에게 낸다.
또 그릇은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사기만 사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반찬을 끊임없이 연구, 식탁에 올린다.
회 뜨는 법은 밑반찬에 초밥을 추가하기 위한 전략. 최근엔 울릉도에서 직접 공수한 오징어알 해장국을 개발했다.
"가끔 저희 가게를 찾아오는 회사 후배들이나 동기들을 보면 직장 나오면 안된다고 당부를 합니다.
우리 사회는 퇴직자들을 품어줄 수 있는 체제가 안돼있어요. 모든 것을 각자가 알아서 해야합니다.
봉급쟁이들은 내일을 위해 뒷주머니에 '무기'를 갖고 살아야합니다.
그리고 때가 오면 '죽을 각오로' 뛰어야합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말입니다" 그는 운명을 자기 자신이 주도하라고 했다.
053)654-001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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