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음하는 대구 인근도시(5)-혐오시설 지자체간 '빅딜'

영천시에 따르면 5개 농공단지 입주업체를 비롯한 영천지역의 공장수는 현재 770여곳. 대부분 대구에서 이전해오거나 대구 사람이 창업한 기업체로 알려졌다.

영천시청 양국환 공업담당은 "90년대 중반이후부터 대구에서 기업들이 영천으로 대거 이전해왔으나 자동차부품 등 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종업원이 4, 5명에서 30명 안팎의 영세한 중소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잦은 부도 때문에 수시로 기업주가 바뀌고, 공장폐기물과 공해문제로 주민과 마찰을 빚는 등 골치 아픈 일도 허다하다.

경산 진량면과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고 대구와 가장 가까운 대창면의 경우 91년 이후부터 크고 작은 기업체 103개가 들어섰다.

이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또 업체들이 농경지와 주택가 주변 등 곳곳에 산재, 난개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창면사무소 김상준 기업체 업무담당은 "면사무소 담당자도 모르는 새 업체 주인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공장 직원들도 대부분 대구에서 출퇴근한다"며 "공장에서 배출하는 폐기물과 공해 때문에 지역에 폐만 끼칠뿐 도움이 전혀 안된다"고 했다.

대창면의 올해 지방세 체납액 3억6천만원중 3억원이 면내 기업체 체납액이며, 부도로 가동을 못하는 업체도 15곳이나 된다.

영천의 15개 읍.면.동 가운데 금호읍, 청통면, 대창면에 유독 소규모 공장들이 난립한 현실은 영천이 대구의 영세기업 공장들의 배후도시로 기능하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부분 공장부지 1천평 미만인 이들 소규모 공장들은 들판, 주거지역 곳곳에 난립해 공해를 배출한다

영천시청 조녹현 산학협력담당은 "그동안 개별기업들이 공장을 신축할 경우 관련 법규에만 맞으면 공장설립을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난 1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개별공장의 최소부지가 3천평 이상으로 조정돼 무분별한 공장설립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영천시는 지역발전을 위해 기업을 적극 유치하지만 지역에 별로 도움도 안되는 영세공장의 난립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영천시는 대구~포항~울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 인근 지역에 100만평 지방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영천시청 이진규 산업정책담당은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첨단소재산업 등 업종구분이 없는 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며 2005년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금호읍, 청통면, 대창면에 수십만평의 공업지구를 지정,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춰 개별공장 설립도 활성화시키면서 난개발도 방지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한편 지자체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지방행정의 각 분야에서 주변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환경기초시설과 혐오시설 등 협력이 필수적인 사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협력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이나 태도 때문에 행정의 탄력적.능동적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경산시청 종합민원과에는 최근 들어 병원적출물이나 건설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등의 신설을 위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땅값이 싸고 거리가 가까워 물류비용이 적기 때문.

김태웅 종합민원과장은 "기존의 혐오.기피시설에 대한 민원도 잦은 상황에서 주민 반발 때문에 신규 시설을 허가해 주기가 쉽지 않다"며 "법률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주민들이 집단 반대의견을 내세우면 인.허가를 반려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행정심판이나 소송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경산시청 김문호 청소행정담당은 "시.군 단위 지자체에서 각종 혐오시설 설치를 둘러싼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며 "중앙정부 도는 광역 지차체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표환 연구위원은 "지자체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사무위탁, 행정협의회, 지자체조합, 광역계획 등이 있으나 실효성이 높지 않은 실정"이라며 "자치단체간 시설교환제도와 광역계획에 의한 광역시설 할당제 도입 등을 통해 협력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자치단체간 시설교환(빅딜)제도란 일정한 규모경제 효과가 작용하고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역적 환경시설 특히, 혐오시설을 인접 자치단체들간에 개별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상호간 협약을 통해 시설교환에 의해 공동설치하고 활용하는 방식. 국내 최초의 지자체간 시설 빅딜사례는 지난 2000년 4월 경기도 광명시와 서울시 구로구간의 환경기초시설 공동 이용에 관한 협약체결이다.

이 협약체결로 광명시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18t을 구로구 가양동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대신, 구로구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50t과 생활쓰레기 150t 등 200t의 쓰레기를 광명시 가학동 쓰레기소각장에 반입하고 있다.

또 서울 강서구, 인천 계양구, 부천 대장동의 공동소각장 건설을 비롯해 경남 창원시와 마산시가 쓰레기와 산업폐기물, 하수종말처리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시설교환 방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표환 연구원은 "혐오시설의 자치단체간 협력을 추진하려면 모든 협력대상사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반조성 외에도 설치비용의 과감한 지원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혐오시설 관리를 둘러싼 원할한 협력을 위해 자치단체간 사업교환과 광역시설 할당제의 적극적인 활용, 시.도의 광역계획권한을 강화해 시설설치를 둘러싼 자치단체간의 조정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종일.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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