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선거문화 개선의 호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번 일을 거울삼아 유권자들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8일 의성축협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을 받은 조합원 9명이 추가로 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앞으로 사법처리될 조합원이 140여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떠돌자 의성지역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서 조사받은 적잖은 조합원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며 경찰의 사법처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의 한 인사는 "각종 선거로 수십년을 한 가족 같이 지내온 이웃이 원수가 되고 집안끼리, 마을끼리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전과자까지 양산되고 있다"면서 "왜곡된 선거문화 탓"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인사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며 "모두 우리가 자초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한탄했다.

어디 의성뿐인가. 지난 달 치러진 경북능금조합 선거와 청송군의원 재선거에서도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후보자는 물론 수십명의 유권자들까지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또 경북도내 몇몇 지역에서도 금품선거 혐의로 검경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자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선거의 파장이 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지자 '이젠 선거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선거공영제가 논의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지켜본 유권자들이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만 삼아도 내년 총선의 양상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의식만 바꾼다면 내년 총선은 왜곡된 선거문화를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선거는 전국민이 참여하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희대(사회2부)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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