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영남 물갈이' 발언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 수구.보수적 이미지를 털기 위해서는 '공천혁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중진 의원들의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퇴로를 막은 인적 쇄신은 인민재판과 다름없다"는 거센 반발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당내 논란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김찬우.주진우 의원이 이르면 오늘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물갈이 진폭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중진의원 모임=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3선이상 중진 의원들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적인 당 개혁을 요구하면서도 인위적 물갈이에 대해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당의 심장부인 영남이 무슨 죄를 졌기에 물갈이 대상이 되느냐"며 최 대표의 물갈이 발언을 성토했으며 "최 대표가 5공의 수혜자가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탁 의원은 모임에 앞서 가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퇴출의 주체는 유권자가 돼야 하는데 최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현역 절반 물갈이'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또 "지역발전을 외면한 채 과거정권에서 양지만 쫓던 이가 누구냐"며 일부 당 지도부 인사를 지목한 뒤 "퇴로를 닫은 채 내몰 듯 쇄신 운운하는 것은 상식의 도를 넘은 행위"라고 최 대표의 물갈이설을 일축했다.
이상득 의원 역시 "장기간 단식으로 몸이 말이 아닌 최 대표가 물갈이설을 끄집어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최 대표의 말을 전한 사람의 언론 플레이가 문제다.
굉장히 기분 나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특히 "영남 물갈이를 하려면 명확한 공천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선 당이 두동강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공천기준으로 "과거 정권에서 인권을 탄압한 자, 비리 연루자, 국가관이 없고 의정활동보다는 자기 앞길만 닦은 자는 적어도 물갈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상배 의원도 "당헌.당규의 절차에 따라 공천을 해야지 기준이나 잣대가 불분명하면 누가 (공천을)승복하겠느냐"면서 "퇴로를 열어두고 스스로 정치를 접는 식이라면 몰라도 내쫓듯 밀어내는 형국이라면 아무도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신영국 의원은 "개개인보다는 당 전체가 살려면 공천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권이나 당에 부담을 주거나 국민신뢰를 잃은 정치인은 거취를 고민해야 된다"고 말해 공천 물갈이설에 동조했다.
◇최 대표의 거듭된 공천발언=최 대표는 7일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물갈이하자는 컨센서스(공감대)가 있다"며 거듭 소신을 밝혔다.
최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가 심할 경우 '공천혁명'이라고 하는데 그런 수준에서의 얘기라고 보면 된다"면서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한 공천쇄신이 아니라 신인들 문호를 열어주는 방법을 통해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군사통치 때도 그랬고, 우리 당도 공천권을 행사하던 총재시절에는 30~35% 바뀌었다"면서 "특히 지금 한나라당은 여러가지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여건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수치를 억지로 꿰맞출 순 없는 것 아니냐. 30%, 40%, 50%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 몇십%라는 식으로 물갈이 목표치를 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8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 지역구 불출마 및 정계은퇴 발언을 한 양정규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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